[수도권/문화&사람]<26>과천 카메라박물관 김종세 관장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순간을 담는 카메라, 영원히 전하고 싶었죠”

“카메라는 고급 예술품이죠. 수학적 원리, 광학 기술 그리고 미적 디자인까지 모두 집대성했어요.”

카메라에 빠져서 자신도 모르게 수집광이 됐고 20여 년간 모은 카메라로 2004년 박물관까지 연 김종세(57) 씨.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카메라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하더니만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또 카메라 예찬을 시작한다. 그에게 카메라는 운명이다.

○ 박물관 운영은 자신과의 싸움

“젊어서는 중고를 쓰다가 이 카메라 저 카메라 옮겨 다녔죠. 사진에 재주가 없어서 카메라 자체에 더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지금껏 카메라를 판 적은 없습니다.”

1986년부터 모은 카메라 3000여 대를 갖고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박물관이 떠올랐다. 알아봤더니 일본은 물론 태국에도 이미 있었다.

박물관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연이 생겼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사용될 때 4대밖에 생산되지 않은 총기 모양의 콘탁스Ⅱ 라이플을 들여올 때는 카메라를 소장하던 독일인에게 절대 되팔지 않고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2001년에 구한 스위스산 콤파스(compass) 카메라도 특별하다. 꼭 구하고 싶은 카메라인데 찾을 수 없어 애를 태우다 영국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친구에게 부탁해 겨우 손에 넣었다.

막상 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정했지만 망설임도 있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이 모두 부정적이었어요. 박물관 때문에 내 시간이 줄었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죠. 하지만 박물관을 찾은 분들이 해외에도 이런 카메라 박물관은 없다고 이야기하면 뿌듯합니다. 가끔씩 흔들릴 때도 문화적 기부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다잡죠.”

9월에는 군용카메라 특별전을 연다. 항공카메라, 독일 공군이 쓰던 카메라, 일본군이 쓰던 카메라를 구했지만 아직 뭔가 아쉬워서 좀 더 구할 생각이다.

○ 매년 4∼6회 특별전 열겠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경기 과천에 새 건물을 지어 이사했다. 김종세 박물관장이 직접 구상한 건물이다. 카메라의 몸체와 렌즈를 본떠 한눈에 카메라를 연상시킨다.

박물관에는 김 관장이 귀중하게 모으고 보관한 3000여 대의 카메라, 6000여 점의 렌즈 그리고 유리원판의 필름, 초기 환등기, 사진 인화기, 액세서리 등 1만5000여 점의 관련 물품이 있다.

“전시실이 협소해서 소장품의 10% 정도밖에 공개를 못 했어요. 별관을 세우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일단 매년 4∼6회의 특별전을 통해 다양한 카메라를 선보이려 합니다.”

제1전시실은 라이터 모양의 카메라부터 손목시계형 카메라까지 스파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카메라를 전시한다.

손가락 크기의 소형 카메라, 콜라 캔 모양의 카메라 등 재기발랄한 카메라가 가득하다.

제2전시실에는 카메라 500여 대를 전시한다. 카메라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빨간 딱지’로 유명한 고급 카메라의 대명사 라이카의 다양한 모델도 만날 수 있다.

제3전시실은 체험학습과 사진 전시를 위한 공간. 흑백사진과 암실 인화를 체험할 수 있어 가족 관람객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카메라박물관
특징-3000여 점의 카메라, 6000여 점의 각종 렌즈, 유리원판 필름 등 1만5000여점의 카메라 관련 물품 소장
-흑백사진 촬영 및 인화 체험학습 공간 운영
개관
시간
동절기 11∼2월 오전 10시∼오후 5시
하절기 3∼10월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명절은 휴관
관람료경로 3000원 일반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단체(20인 이상)는 1000원 할인
문의02-502-4123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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