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각 대학에서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학생 선발을 늘리고, 협약을 통한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평준화 정책에 가로막혔던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내실 있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대학-과학고 협약 통한 특별전형 확대=대학입시 자율화 방침에 따라 대학들은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와 자율 협약을 맺고 수학·과학영재를 선발할 수 있다.
이들 학교 재학생은 획일적인 대입제도와 내신 때문에 전형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학이 우수하다고 판단하면 자유롭게 뽑을 수 있게 된다.
KAIST와 포스텍(포항공대)은 현재 한국과학영재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신입생을 우선 선발하는 특례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들도 이런 방식으로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와의 개별 협약을 통해 전형안을 마련한 뒤 2009학년도부터 적용할 수 있다.
과학고생들은 대부분 2학년 때 조기 진학하지만 학교당 학생 수가 150명 정도로 적은 데다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9등급 내신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내신 산정에서 불리했다.
교과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이 내신의 반영비율을 대폭 낮추고 연구계획서나 연구실적을 반영하는 등 다양하게 전형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과학고 학생끼리 비교내신제를 적용하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지원자격으로 삼을 수도 있다.
교과부는 2012년까지 기존 과학고 2곳을 영재학교로 추가 지정하고, 시도교육감과 협의한 뒤 과학고 9곳을 신설해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를 3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학급 수도 221개에서 400개로, 재학생도 3900명에서 8000명으로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고교생의 0.5%가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 셈이다.
교과부는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 입학전형도 수학·과학에 대한 관심도와 창의력 등을 적극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캠프나 수행평가 등 다단계 전형과 심층면접을 거쳐 선발하도록 유도한다는 것.
이는 내신과 올림피아드 입상실적, 한 차례의 심층면접으로 뽑아 학업성취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행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교과부는 시도별 입학생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권역별 및 전국 단위의 전형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 과학고가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9∼10월 실시되고 있는 2학년 조기졸업자 대상 수시전형을 겨울방학으로 늦추고, 3학년까지 다니는 과학고생이 전문교과를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대학과목선이수제(AP)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계속 연구 지원=교과부는 연구·실험 중심의 과학영재교육을 대학에서도 실시할 수 있게 ‘학부 연구 프로그램(URP)’과 ‘심화 프로그램(Honors Program)’을 도입하기로 했다.
URP는 대학에 진학한 수학·과학영재들이 교수 및 교내 연구진과 함께 6개월∼1년간 연구 과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교과부는 올해 전국 대학 이공계 학부생을 대상으로 연구 과제를 공모한 뒤 10개 팀을 선정해 각각 3000만 원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로 다른 대학에 다니는 이공계 학부생이라도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출신이면 함께 연구과제와 팀을 구성해 지원할 수 있다.
교과부는 “처음에는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 출신 학생으로 구성된 10개 팀을 선정하되 점차 모든 이공계생에게 지원 기회를 줘 2012년까지 100개 팀을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화 프로그램은 각 대학에서 수학·과학영재를 위한 특별 교육과정을 도입해 학·석사 통합 및 석·박사 통합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교과부는 이를 위해 고등교육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교과부는 각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계획과 재정투자계획 등을 평가한 뒤 올해 말까지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시범대학 2곳을 선정해 10억 원씩 지원하고, 2012년까지 10개 대학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연구계획서와 연구 성과를 검토한 뒤 수학·과학영재에게 학비와 연구비, 연구시설을 지원하는 ‘학부 연구장학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영재교육 전담교사 양성=교과부는 영재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 및 과학고에 근무 중인 교사들을 대상으로 330시간의 연수를 거쳐 2012년까지 100명의 영재교육 전담교사를 양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에 파견돼 5∼10년간 근무하며, 연구대회 실적이나 근무경력에 따라 가산점도 받게 된다.
교과부는 수학·과학영재들을 위한 국내 우수 과학자의 멘터링을 지원하고, 과학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올림피아드 입상실적이나 진로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향후 영재교육정책에 반영키로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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