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힌두교 정신과 생태계 르네상스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힌두교의 소 숭배-쇠고기 금지는 후진적 문화?

암소는 바로 인도인의 ‘트랙터이자 비료공장’

○ 생각의 시작

언제부터인가 서구인들의 머릿속에 ‘비서구사회’는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을 지닌 후진적인 사회로 이해되어 왔다. 그런 이유로 힌두교도의 암소 숭배와 우육(牛肉) 금기(taboo) 역시 비생산적이고 후진적인 문화적 수수께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수수께끼의 상자를 열고 인간사회에 깃든 삶의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교과서에서는…: 힌두교의 금기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다?

다음은 고교 ‘사회’ 교과서에 실려 있는 여행기의 일부로, 힌두교가 인도인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글이다.

“혼란스러운 사실은 모든 이가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상인은 물론, 눈을 마주치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웃음을 지었다. 함께 웃으며 ‘나마스떼(Namaste·당신 안의 신께 경배를)’라고 인사를 한다. 불가사의! 왜 가난하고 비참한 저들은 웃는가?”(박종인, ‘나마스떼’)

이 말은 힌두교도들이 어떤 알 수 없는 정신적 가치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에서 힌두교의 암소숭배가 지니고 있는 정신적 가치 그 이상의 의미를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힌두교의 정신과 암소숭배 문화로 인해 인도인들이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뒤집어 생각해볼까?

인도에서 암소는 숭배의 대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암소는 인도에서 공급하는 우유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암소를 소유한 농부는 황소를 생산해낼 공장을 갖는 셈이 된다.

즉 인도에서 암소와 황소는 각각 트랙터 생산 공장과 트랙터의 대체물이었다. 황소는 6000만 명의 농부들이 땅을 경작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렇게 재배된 식량은 인구의 89%를 먹여 살린다. 해마다 나오는 7억 t의 소 배설물은 절반이 비료로, 절반이 땔감으로 사용된다. 이렇듯 인도인에게 암소는 삶의 모체이며, 암소를 숭배하는 힌두교의 정신은 그들의 삶 전부이다.

따라서 힌두교의 정신과 암소 숭배 문화가 인도인들이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간주하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 오히려 힌두교의 암소숭배와 우육 금기는 저축과 절약을 미덕으로 삼는 서양의 프로테스탄트 경제 윤리보다 훨씬 탁월한 경제성을 보여주고 있다.

암소 숭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우유까지도 암소에게서 짜내겠다는 무자비한(?) 결의와 같은 것이다.

○ 또 다른 생각은?

이러한 경제성과 효율성 외에도 힌두교의 우육 금기가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다. 현재 세계적인 규모로 활동하는 축산업자들은 오로지 시장의 명령(이윤 추구)과 실용주의적 목적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한다. 효율성과 이윤만을 목표로 하는 그들은 자연의 고유한 존재 방식을 깨고 그 위에 인위적으로 단백질 먹이사슬을 만들었다.

이런 인위적인 먹이사슬 위에서 우리의 식탁은 점차 육류로 채워지게 되었고, 육류 과잉섭취에서 오는 심장발작, 암, 당뇨병 등 이른바 ‘풍요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가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보다 더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3분의 1이 축우와 다른 가축들의 사료로 소비되는 한편으론 거의 10억 명의 사람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또 미국을 포함한 곳곳에 세계적인 규모의 축산단지가 생겨나면서 지구 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중남미 열대우림 지역이 이미 소 방목용 목초지로 개간되고 있다. 소 1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곳에서 배출되는 축산폐기물은 11만 인구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제는 낭비와 비만으로 얼룩진 우리 음식문화 전반에 대해 반성적 성찰을 해야 할 시기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가올 전환의 시대, 힌두교의 우육 금기는 ‘차가운 악’에 의해 인위적으로 세워진 단백질 사다리를 해체시키고 우리를 생태계의 르네상스로 인도하는 정신적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이철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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