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처형됐던 불의의… ○
구체적 표현으로 글에 신선한 ‘액센트’를
○ 상위 10%의 글은 다르다.
어떤 논술시험이든 합격자의 글은 불합격자의 글과 현격히 다르다. 단계성이나 유기성, 일관성 등 글쓰기의 기본 개념이 담겨 있다. 불합격자라고 해도 이 같은 원칙을 모르는 건 아니다. 머릿 속에 있는 원칙을 실제 글로 실현하는가가 당락의 기준이 된다. 바꿔 말하면 합격자는 명확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올바르고 창조적인 문장을 구사한다.
LEET 수험생의 배경지식 수준이나 글 솜씨는 큰 차이가 없다. 많은 사람이 국문과나 철학과 출신 수험생이 논술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시문이 특정 학문 분야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전공이 합격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수 없다. 문장력이나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글쓰기를 전공하지 않은 아인슈타인은 명문장을 구사했다. 독창적인 문장과 웅변(면접할 때의 대답)은 깊은 생각에서 우러나온다.
○ 독창성은 깊은 사고와 통찰력에서 나와
독창성은 파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깊은 사고와 통찰력에서 나온다. 독창성은 보통 사람의 일기와 시인의 시만큼이나 큰 차이를 드러내는 요인이기도 하다. ‘눈에서 사랑은 생긴다. 바라보면 자란다’는 셰익스피어의 시를 보면 독창성이 경험과 사색을 통해 빚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독창성을 단순히 ‘남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독창성은 남과 비교할 때는 차별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차별화 그 자체만으로 독창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독창성 자체가 논지를 빛내주는, 전체 맥락을 꿰뚫으면서도 글쓴이의 유효한 사고력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다. 남과 다른 생각이 항상 옳거나 좋은 생각일 수는 없는 법이다.
독창성은 간단한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지면 관계상 두 가지 방법만 간략하게 설명한다.
○ 구체화(추상적인 개념을 사물과 연관시키는 방법)
개념이나 원리 등은 그 의미가 불분명하다. 카를 포퍼가 말하는 ‘반증 가능성의 원리’의 출발점인 ‘모순’과 ‘반증’ 역시 모든 지식의 불분명함과 한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진리’에 대한 비판적 합리주의가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관찰과 연구이다. 문장을 구체적인 사물과 연관해서 생각하면 그 의미를 명확히 해 볼 수 있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시민배심원제는 불공정한 판결이 자행되었던 역사적 전례에 비추어볼 때 당위성을 획득하게 된다.’
‘시민배심원제는 진실이 처형되었던 불의(不義)의 시대에 대한 성찰로서 당위성을 획득한다.’ |
첫 번째 문장은 논리성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반면, 두 번째 문장은 추상적 개념을 ‘처형’이라는 구체적인 단어와 결합시킴으로써 독특하면서도 함축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물론 LEET 논술에서 이런 독창적 표현으로 시종일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1500자 내외의 글에서 한두 번 이런 문장이 나오면 글에 생기가 돌게 된다. 단지 멋을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새로운 경구를 만든다는 의미에서다. ‘자선을 팔다’나 ‘성실의 붕괴’와 같은 책 제목을 이용해서 구체화의 방법을 연습해볼 수 있다. 몇 문장을 더 읽어보자.
‘…데카르트적 주체라는 유령이. 모든 학술 권력들은 이 유령을 잡으려는 성스러운 사냥을 위하여 동맹하였다.’
―슬라보예 지제크 ‘까다로운 주체’ 중
‘자유선택의 기준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전적으로 상대적인 것도 아니다. 주인을 자유로이 선출한다는 것은, 주인이나 노예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통제의 효율성을 증명해줄 뿐이다.’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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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왜’라고 묻는 방법)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 속에는 흑백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좀 더 분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엄마는 왜 좋고, 아빠는 왜 좋아?’가 더 정확한 질문이다. 독창성은 오류에 빠지지 않음으로써, 즉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서 비논리적이고 상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지점에서부터 가능하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시간상으로는 개인이나 가족이 국가에 선행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국가가 개인이나 가족에 선행한다. 그 이유는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만일 신체가 전부 파괴된다면 팔이나 다리만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중
‘공자의 도덕은 사농공상으로 대표되는 신분사회, 토론 부재를 낳은 가부장 의식, 위선을 부추기는 군자의 논리, 끼리끼리의 협잡을 부르는 혈연적 폐쇄성과 그로 인한 분열 본질, 여성 차별을 부른 남성들을 오늘날까지 지속시키고 있다. …유교의 유효 기간은 이제 끝난 것이다.’
―김경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중 |
첫 번째 문장은 부분의 합을 전체로 보는 ‘결합의 오류’에 빠져 있는 반면, 두 번째 문장은 반론의 여지가 있을지라도 역사적으로 분석, 통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독창성은 폭넓은 독서를 통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읽고 있는 문장이나 상식들에 대해 ‘왜’ 또는 ‘사실인가?’라고 비판적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가능해진다. 훈련을 통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고 말한 이유이다. 지면 관계상 다른 방법은 생략하기로 한다.
3회에 걸쳐 LEET 논술 글쓰기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정확하게 읽기 자체가 많은 사고 과정을 수반한다. 그리고 올바른 문장을 쓸 줄 알아야 내용 역시 올바르게 드러낼 수 있다. 거기에 독창성이 더해졌을 때 다른 수험생과 차별화된 합격권의 답안지를 쓸 수 있다.
이동민 엘림에듀CTI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