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부검않고 과로사 결론… 검찰 재수사
현직 국회의원이 9년 전 같은 지역구에서 출마하려던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살인을 청부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검찰이 조사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판사 박종기)는 16대 총선(2000년 4월)을 앞둔 1999년 출마를 준비하던 기초의원 A 씨가 당시 경쟁 후보였던 국회의원 B 씨의 청부로 살해된 의혹이 있다는 진정서가 최근 접수됐다고 19일 밝혔다.
당시 A 씨는 오전 1시경 집 화장실과 거실에서 여러 차례 피를 토한 뒤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가다가 숨졌다.
의사는 호흡곤란 및 각혈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정했다. 경찰은 부검을 하지 않고 검시 결과와 유족 진술을 토대로 과로로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다른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지방 교도소에 수감 중인 C 씨가 3월 “B 씨의 부탁을 받고 A 씨를 살해하려 했다. A 씨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B 씨가 내게 부탁했다”는 편지를 A 씨의 유족에게 보냈다. 이를 본 A 씨의 형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C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군대 동기인 B 씨로부터 A 씨를 살해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찾아갔으나 마음이 변해 A 씨의 가슴만 두 차례 때리고 돌아왔는데 다음 날 갑자기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가 뒤늦게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진술했다.
수원지검은 시신 검시 결과와 유족 진술을 재검토했으나 외상 흔적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사건을 이첩받은 춘천지검은 관련 기록이 오는 대로 담당검사를 배정해 조사할 계획이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