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명 팀 이뤄 번갈아 전화하는 수법 등장
“신청한 신용카드가 우체국으로 반송됐습니다.”
이런 내용의 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우체국에서 받은 피해자는 깜짝 놀라 상담원 연결을 요청해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화급히 답한다. 그러면 상담원으로 가장한 공범이 “카드가 부정 발급된 모양이니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며 안심시킨다.
얼마 뒤 다른 공범이 다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을 사칭하면서 “우체국에서 사고 접수를 받았다. 개인정보를 불러 달라”며 주민등록번호, 계좌정보, 집 주소 등을 알아낸다.
19일 신용카드업계와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최근 우체국 등을 사칭해 “카드가 도용된 것 같다”는 허위 정보를 전화로 알린 뒤 다시 경찰을 사칭하는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신종 전화사기(일명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기범들은 우체국 대신 백화점을 사칭하는 수법도 썼다.
이들은 백화점을 사칭한 전화 ARS로 “○○만 원을 결제해 줘 고맙다”며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에 피해자가 “카드를 쓴 일이 없다”고 답하면 “카드가 도용됐으니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고 한 뒤 공범이 다시 경찰을 사칭한 전화를 거는 수법이다.
사기범들은 이렇게 알아낸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업체에서 피해자 명의로 돈을 빌리는 등의 추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 총괄조정국 제도개선팀 김용실 선임조사역은 “사기범들은 보통 5, 6명씩 팀을 이뤄 금융회사와 경찰 등을 번갈아가며 사칭한다”면서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는 어떤 경우에도 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우체국은 ARS로 우편물 도착, 반송 안내를 하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