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찍은 구리 대장간 마을도 인기
“명소 굳히려면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갖춰야”
“요즘 일본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이 방영 중이에요. 드라마를 보면서 이 카페에 꼭 와봐야지 했죠.”
친구 세 명과 함께 서울로 여행 온 일본인 주부 미쓰코(36) 씨는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며 카페 구석구석을 담으려 애썼다.
20일 오후 7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촬영지였던 카페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 20여 명을 만났다.
그들은 카페를 둘러보며 드라마 장면을 되새기고 방명록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커피프린스 사랑해요’라고.
○ ‘겨울연가’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겨울연가’의 인기 덕분에 한류 관광의 중심지로 떠올랐던 강원 춘천시. 드라마 인기가 차츰 가라앉으면서 관광 열기도 시들해졌다. 춘천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관광객이 40% 줄었다.
한류 드라마 팬의 발걸음은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배경이 된 카페가 있는 서울 홍익대 부근과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이 있는 경기 구리시 대장간 마을로 향하고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현재 일본과 홍콩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태왕사신기’가 일본에서 4월에 방영을 시작해 뜨거운 반응을 모은 결과다.
커피프린스 1호점 카페에는 요즘 하루 평균 60∼1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한다.
매니저인 노재영(29) 씨는 “드라마가 해외 방영을 시작한 뒤로 외국인이 꾸준히 늘었다.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인지 국적도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미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봄의 왈츠’와 ‘여름향기’ 세트장이 있는 한류 드라마 체험관 포시즌하우스의 방문객도 작년 하루 평균 30∼40명에서 올해 100여 명으로 늘었다.
구리시 대장간마을도 용사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개장 한 달이 안 됐지만 20일까지 외국인이 1825명이나 찾았다.
○ 확실한 관광명소로 자리 잡으려면
여행사는 새로운 한류 드라마에 맞춘 관광 상품을 개발하느라 바쁘다.
세방여행사 안태철 부장은 “홍익대 부근이나 태왕사신기의 구리시 세트장 방문을 원하는 관광객이 계속 늘어 춘천 중심이던 루트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부상한 명소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 카페를 찾은 대학생 김주연(21·여) 씨는 “카페를 실제로 운영 중이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면 기억에 더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춘천 ‘준상이네 집’은 요즘 하루 방문객이 10명을 넘지 않는다.
해외에서 워낙 크게 히트한 ‘대장금’ 촬영장, 축제와 이벤트가 계속 이어지는 남이섬 정도가 외국 관광객의 사랑을 꾸준히 받으며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양대 관광학과 김남조 교수는 “드라마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비수기에 대한 전략을 함께 세울 때 확실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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