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8) 씨와 B(40) 씨는 서울의 같은 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다. A 씨는 대학 졸업 후 화학업종의 한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다. 반면 B 씨는 중소기업의 해외영업 및 마케팅 부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B 씨는 직장생활에 대체로 만족했다. 전공인 영어를 살리면서 중소기업 특성상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특히 빠른 승진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5년 후 둘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A 씨는 4년 근무 후 미국 유명 대학의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이후 국내 선두권 전자기업의 마케팅 부서 과장으로 입사했다. 현재 그의 연봉은 세전(稅前) 기준으로 6000만 원을 넘는다. 연말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8000만 원을 웃돌 때도 있다.
B 씨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워낙 급하게 옮기다 보니 이전 경력과 상관이 없는 인터넷 업체의 웹 기획팀장을 맡았다. 연봉이 낮아 다시 이직에 나섰지만 ‘전문성이 부족해’ 새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재 그는 한 소비재 분야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다. 직장생활 12년차이지만 연봉은 4100만 원 정도에 그친다.
○ 같은 업무라도 12년뒤엔 4000만원 차
동아일보 산업부는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와 함께 잡코리아의 연봉통계서비스에 등록된 연봉 정보 6583건을 △경력 1년차 △5년차 △10년차로 나눠 분석했다. 종업원 300명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 2177명,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 직장인은 4406명이었다.
경력 1년차 기준으로 대기업의 평균연봉은 2967만 원, 중소기업은 1962만 원으로 1005만 원의 차이가 났다. 연봉 격차는 경력 5년차(1224만 원), 경력 10년차(1726만 원)로 갈수록 벌어졌다.
헤드헌팅업체 커리어케어의 소비재팀 신혜경 상무는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향후 선택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기획, 재무 등을 직종을 맡으면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첫 단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관된 커리어를 쌓는 것”이라며 “A 씨는 마케팅 경력, MBA 이수 등 표본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경력 관리를 잘했다”고 덧붙였다.
○ 연구개발, 재무직 연봉 높아
직종별 연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연구개발(R&D) 부문 종사자의 연봉이 가장 높았다. 1년차 R&D 종사자의 연봉은 대기업 3718만 원, 중소기업 2246만 원으로 평균보다 각각 751만 원, 284만 원 많았다.
R&D 직종의 고(高)연봉 추세는 나머지 경력 구간에서도 비슷했다.
대기업은 R&D에 이어 재무·회계, 인사·총무, 정보통신 종사자 순으로 높은 연봉을 받았다. 중소기업은 인사·총무, 정보통신, 마케팅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의 정보통신 분야 종사자의 경우 경력 1년차에서 R&D 분야 종사자보다 연봉이 낮았지만, 5년과 10년차에서 1위로 올라선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황선길 잡코리아 이사는 “이는 투자비 회수기간이 긴 R&D보다 투자 효율성이 즉각 나타나는 정보통신을 더 중요하게 쳐준다는 의미”라며 “중소기업은 회사가 오래될수록 정보통신 중시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봉이 낮은 직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텔레마케팅(최하)과 영업 및 영업관리였다. 텔레마케팅 직종은 대기업 1년차 연봉이 2204만 원, 중소기업 1년차는 1653만 원이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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