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호선 유일한 환승역… 하루 유동인구 20만 명
시민들 쇼핑하며 공연감상… 모임 장소로도 인기
“메센광장이 딱이죠.”
22일 대구 중구 덕산동의 대구지하철 반월당역 메센광장. ‘만남의 광장’으로 불리지만 정식 이름은 메트로센터의 줄임말인 ‘메센’광장이다.
대학생 박현석(27) 씨는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면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바로 목적지로 갈 수 있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제 대구지하철 역사 주변 공간은 승객들이 단순히 오가는 곳만이 아니다. 휴식을 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고, 문화예술행사가 수시로 열리는 다목적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1, 2호선의 유일한 환승역인 반월당역의 메트로센터는 대구지하철 역사 주변 공간 중 핵심시설.
땅 위에 비바람이 불어도 이곳은 ‘날씨 불문’의 전천후 공간이다. 반월당역의 16개 출입구를 통해 하루 오가는 시민은 20만 명가량이다.
이 때문에 메센광장은 남녀노소가 뒤섞여 잠시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메센광장의 상설무대에서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대구시지하철공사가 지난해 6월부터 역 주변의 문예행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스테이션 데이’를 계기로 지하철 역사 주변에서는 음악과 미술, 건강검진, 미용행사 등이 수시로 열린다.
전체 56개 역 가운데 20여 곳에서 각종 행사가 개최된다. 지난해의 경우 전시회와 공연 등 지하철역 주변에서 열린 문화행사는 총 3200여 회.
또 지하철역 지하공간으로 시민들이 몰리면서 역사 내 상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구지하철 상가인 메트로센터의 경우 403개 점포 가운데 영업 중인 점포는 360개로 입점률이 89%가량. 의류 점포가 40%로 가장 많고, 정보통신기기 25%, 패션잡화 20%, 음식점 15% 등의 순이다. 2006년의 입점률은 70%대였다.
메트로센터에서 2년째 옷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7) 씨는 “그동안 힘들었는데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지하철역 주변이 붐비면 상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메트로센터 관리사무소 김기식(41) 영업기획팀장은 “3년 동안 최대한 노력해 메트로센터의 부가가치를 높여 왔다”며 “차별화된 이벤트와 문예행사로 반월당 지하 공간이 대구 시민의 사랑을 받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하철역 주변은 문화와 쇼핑 공간을 넘어 교육 장소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17, 18일 반월당역 대합실에서는 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이 마련한 ‘2008 길거리 발명축제’가 열려 학생과 학부모, 지하철 승객 등 수천 명이 몰리기도 했다.
행사를 지도한 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 이진우(37) 교사는 “지하철역은 날씨와 관계없이 행사를 열 수 있는 데다 오가는 시민들이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며 “과학 교육에 관한 시민 참여 행사를 정기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호선 대공원역의 지하 1층 교육실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에 수성구가 결혼 이민 여성 가족을 위해 마련한 한국어 강좌가 이달부터 7월까지 열린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예성색소폰클럽’ 악장 김광화 씨 “색소폰 선율로 퇴근길 피로 푸세요”
“박수와 앙코르를 받으면 정말 뿌듯합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월촌 상인 진천 대곡역과 2호선 용산역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은 즐겁다.
예성색소폰클럽이 매주 2, 3회 이곳에서 퇴근길 2시간 동안 색소폰 연주회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 클럽은 지난해 4월부터 색소폰 동호인 15명이 모여 “퇴근길 승객에게 색소폰 화음을 선물하자”며 만든 모임. 지금까지 80회 정도를 연주했다.
20일 오후 6시부터 1호선 월촌역에서 열린 연주회에도 승객 수백 명이 미니 콘서트를 감상했다. 승객들은 출구 쪽으로 가다 발길을 멈추곤 했다.
이 클럽 악장을 맡은 김광화(58·대구 달서구 상인동·사진) 씨는 “별 표정 없이 출구 쪽으로 올라오다 색소폰 소리에 이끌려 의자에 앉아 연주에 빠져드는 승객들을 보면 서로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7세 때부터 색소폰과 트럼펫을 입에 댄 그는 이후 40여 년 동안 색소폰 연주자로 활동했다.
회원들은 청중의 희망곡을 즉석에서 연주해주기도 하는데 때로 트로트 가수까지 동참해 귀에 익은 노래를 들려준다. 악장인 김 씨는 색소폰과 트럼펫을 번갈아 연주하느라 바쁘지만 승객들의 귀는 더욱 즐겁다.
회원들은 언제든지 연주회를 열 수 있도록 5개 역에 대형 스피커와 의자 등을 준비해뒀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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