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력가 납치 공범, 필리핀서 그냥 풀어줘

현지법 위반 없어 구금 못해

수백억 원대 재력가를 납치해 100여억 원을 가로챈 뒤 필리핀으로 달아났던 김모(50) 씨가 현지 경찰에 붙잡힌 지 10시간 만에 풀려났다.

경찰청은 공범 김 씨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 경찰의 협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됐지만 현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려났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22일 오후 1시경(현지 시간) 한국 측의 요청을 받고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김 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체포해 이민국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과 이민국의 조사 결과 김 씨가 필리핀의 실정법과 이민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날 오후 10시 반경 풀려났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이민국이 김 씨를 석방하면서 여권을 압수했고, 강제추방을 위해 ‘부적절한 외국인’인지 판단하기 위해 심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의 국내 송환이 무산될 경우 법무부를 통해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복잡한 외교절차를 거쳐야 해 김 씨의 국내 송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