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보낸 문자가 이렇게 될 줄은…”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쇠고기반대 촛불집회엔 가본적도 없어”

‘등교거부 메시지’ 유포 재수생 문답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싶어서 장난으로 보낸 문자가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5월 17일 등교 거부 휴대전화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불구속 입건된 재수생 J(19) 씨는 26일 기자를 만나 “어떤 처벌을 받을지 걱정된다. 요즘 휴대전화를 보기도 싫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J 씨는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한 4일부터 휴대전화로 확산된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어떤 문자를 보냈나.

“‘5·17 학교 휴교. 문자 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친구에게 보냈다.”

―왜 그런 문자를 보냈나.

“친구에게 두 통의 문자를 받았었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 몇 g만 먹어도 죽는다’ ‘○○○ 등은 먹지 마라’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보고 장난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불만이 많았다. 선생님들을 골탕 먹이려고 학교가 쉰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관련 단체에 가입한 적 있나.

“전혀 없다. 누구에게서 문자를 돌리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 문자 내용과 비슷한 글을 인터넷 게시판이나 미니홈피에 올린 일도 없다. 촛불집회에 나가 보지도 않았고 관련 뉴스나 신문을 본 적도 거의 없다.”

―어떻게 문자메시지가 이렇게 빨리 많은 사람에게 퍼졌나.

“아는 동생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냈는데 그 친구가 30여 명의 친구에게 다시 보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급속히 퍼졌다. 요즘 청소년들은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다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많은 사람에게 퍼질지는 정말 몰랐다.”

―지금 심정은….

“부모님께 많이 죄송하다. 저장돼 있던 문자메시지를 다 지웠고 번호도 바꿀 생각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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