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확성기 지휘부’ 수사 방침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가자가 경찰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가자가 경찰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촛불집회 닷새째 도로점거

쇠고기 무관한 “공기업 민영화 반대” 구호 외치기도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1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다.

5일째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탄핵’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권 퇴진’과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 쇠고기 수입과 관련 없는 구호도 외쳤다.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10시 5분경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쪽으로 진출하려 했으나 경찰에 막혀 무산됐다.

경찰을 향해 ‘경찰청장 아들은 군 면제’ 등의 구호를 외친 시위대는 3, 4명씩 흩어진 뒤 경찰이 없는 청계천 산책로 등을 이용해 을지로로 이동했다.

오후 10시 50분경 을지로 입구에 모인 시위대는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며 충무로와 퇴계로 등을 거쳐 동대문시장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청계광장 주변에서 시위대가 세종로와 종로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을 뿐 을지로와 동대문시장으로의 행진은 막지 않았다.

부산, 대전, 대구, 수원, 전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이날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으나 경찰과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전북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 전주시 고사동 오거리 문화광장에서 시민과 민주노총 회원 등 6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집회를 연 뒤 600m 정도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에 앞서 경찰은 25일부터 27일까지 무단 도로 점거 등 불법 시위 혐의로 211명을 연행해 이 중 105명(고교생 9명 포함)은 석방하고 106명은 서울 시내 13개 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석방된 연행자들은 초범인 데다 반성하는 태도가 뚜렷했으며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기 때문에 훈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26일 확성기 장비가 달린 특정 단체의 소속 승용차가 시위대와 동행하며 경찰 배치 상황 등을 알린 것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다음 달에 열릴 △6월 항쟁 △효순이와 미선이의 기일 △6·15 남북 공동정상회담 등 진보 진영의 ‘기념행사’가 촛불시위와 연계돼 시위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고시 시점인 29일과 30일에도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릴 것”이라며 “촛불시위 주최 측은 이 흐름을 다음 달 내내 이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백골단 동영상’ 30대 재미교포가 올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8일 최근 논란이 된 ‘백골단·물대포 동영상’을 처음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이 1992년 미국으로 이민 간 장모(32) 씨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25일 새벽 서울 광화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자 ‘이제 물대포 쏘고 백골단 투입됐다. 다 나갑시다 오늘’이라는 제목이 달린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장 씨가 올린 동영상은 25일 새벽에 열린 광화문 시위가 아닌 지난해 3월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장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동영상은 겨울옷을 입은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해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은 IP 추적 등을 통해 장 씨가 미국에서 동영상을 올린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장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한 뒤 기소중지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가 미국에 거주 중인 데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 씨를 한국으로 데리고 와 조사할 수 있는 게 여의치 않아 기소중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촛불 냉정해져야”

며칠째 도로점거-경찰대치

인터넷에 우려글 속속 올라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집회가 끝난 뒤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상에 이 같은 시위 행태를 우려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누리꾼 ‘올바른 삶과 앎’은 다음 포털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 “촛불 문화제는 시위, 데모와 달리 전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는 행위가 발생했다”며 “촛불문화제, 이제는 냉정해져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누리꾼 ‘테란’도 같은 게시판에 올린 ‘촛불집회 참석자 분들 한 번만 봐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만약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리는데 기분에 휩싸여 반발하신다면 더 많은 평화시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될 것”이라며 “절대 폴리스 라인을 넘지 말고 대중 심리에 휩싸이지 말자”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괴담에 현혹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누리꾼 안희환 씨는 “순수하게 시작된 촛불집회라고 해도 사심을 품은 이들이 파고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촛불집회를 진행해 나가되 순수성을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성숙한 시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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