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탈로치’(허파에 바람 든 페스탈로치).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수정초등학교 조철호(58) 교장의 별명이다.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스탈로치 못지않게 아이들 교육에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동료 교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수정초교는 조 교장 부임 이후 도시 학교 부럽지 않게 ‘확’ 달라졌다.
“2003년 3월 이곳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실상이 그랬다. 학교가 국립공원 내에 있다 보니 학부모들도 대부분 식당이나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 밤늦게까지 자녀들을 돌볼 수가 없었다. 일손이 달릴 때면 술심부름도 예사였다. 아이들은 학원에 가려 해도 읍내까지 나가야만 하니 끼리끼리 어울리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학교는 속수무책이었다.
조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도서관을 열기로 했다. 백방으로 노력을 해 2004년 11월 8일 마침내 도서관을 개관하고 ‘밤에도 열린 학교’라고 이름 지었다. 이곳에서 매일 오후 10시까지 영어, 일본어, 한자, 동요교실 등을 연다.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학교는 집이나 다름없게 됐다.
조 교장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랑해요 속리산 수정교육’이라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속리산자랑대회, 가족등반, 숲 속 운동회 등을 열었다.
또 영어전용교실과 잉글리시존을 마련해 학생들의 영어 구사력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충북도에서 950만 원을 지원받아 결혼이주여성 4명을 원어민 강사로 채용했다.
수정초교는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방과 후 학교’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2006년에는 교육부 선정 최우수 학교로, 2005년에는 교단수기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2005년 이후 세 차례나 충북혁신경진대회도 휩쓸었다.
조 교장은 이 같은 공로로 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지역사회교육회관에서 ‘제3회 아산교육상’을 받는다. 이 상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2005년 제정됐다.
지난해 초빙공모제를 통해 재부임한 조 교장은 “교사들과 지역주민들이 성심껏 도와준 덕분에 큰 상을 받게 됐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학교’를 ‘행복한 배움터’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며 “새로 지은 이름처럼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모두가 만족하는 배움의 공간으로 키워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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