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 그림에 담다
“‘다시 시작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성을 쏟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앞섭니다.”
40년가량 사도(師道)와 예도(藝道)의 길을 걸어온 경북도교육청 화랑교육원 이택(62·사진) 원장이 올해 8월 퇴임을 앞두고 경북 경주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31일부터 일주일 동안 그림과 서예 작품전을 연다.
80여 점의 그림과 서예작품에는 묵묵히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그의 짙은 향기가 배어 있다. 그는 이번 작품전의 이름을 ‘다시 사도와 예도의 길을 물으며’라고 붙였다.
“교육자의 길과 예술가의 길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직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거울처럼 늘 돌아보면서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교육과 예술이라는 긴 오솔길이 구불구불한 흔적을 남기며 삶을 가꿔온 것 같다”며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면서 ‘장인(匠人) 같은 교육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회고했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출신인 그는 1969년 안동교육대를 졸업하고 안동과 대구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다 1978년부터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새로운 길을 걸었다.
38세이던 1984년 경북 포항 대보중에 근무할 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정성껏 뒷바라지해 문화방송의 ‘꿈을 키우는 나무상’을 받기도 했다.
사도와 예도가 한데 어우러진 그의 활동은 한결같다. 경북도교육청 현관 벽에는 최근까지 그가 직접 만든 500호짜리 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다.
학생들의 기상을 표현한 차전놀이 그림으로, 15년 동안 청사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경북도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에서 펴내는 장학자료나 각 학교의 문집, 학생축제 포스터 등 각종 행사를 알리는 간행물의 표지에도 그의 그림이나 글씨는 빠지지 않았다.
경북지역 학생들의 심신수련장인 경주 남산자락의 화랑교육원에도 그의 향토색 짙은 그림과 빼어난 글씨가 걸려 있다.
그는 “이젤이나 화선지에 붓을 움직이면서도 교육자의 길을 생각하며 학생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그의 서예작품은 그림처럼 느껴지고, 그림은 서양화지만 동양적 깊이가 있다.
김선굉(경북 의성 단밀중 교장) 시인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그림과 글씨가 서로 침투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보여준다”며 “이는 교육현장에서 사도와 예도의 어울림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선 중기의 문신 농암 이현보의 17대 후손인 이 원장은 “퇴임 후 작품활동에 몰입할 작업실을 대구에 마련했다”면서 “학생들에게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과 부족함을 예도를 걸으며 채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