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술-담배 판매금지 ‘유명무실’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 업소판매-청소년 설문 조사

주류 판매업소 44%가 전혀 확인않고 팔아

“담배 구입때 신분증 요구 받았다” 41% 불과

고교 2학년 조성운(가명·17) 군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술을 쉽게 샀다. 판매원은 조 군에게 나이를 묻거나 주민등록증을 요구하지 않고 선선히 내줬다.

조 군은 “처음 술을 사본 건데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면서 “친구들도 가게에서 물어보면 ‘대학생인데요’라고 하면 그냥 넘어간다”고 말했다.

고교 1학년 최진영(가명·16) 양은 “나이가 가장 들어 보이는 친구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대신 산다”며 “점원이 나이를 물어보지만 신분증은 요구하지 않아 나이를 속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버젓이 술 판매=보건복지가족부와 소비자시민모임은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소년 주류판매 교육’ 세미나에서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동네슈퍼 구멍가게 등 서울시내 1000개 주류 판매 업소의 청소년 주류 판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고교생 조사원들이 지난해 5, 6월 실제로 주류 판매 업소를 방문해 주류 구매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판매 업소의 43.5%가 청소년이 술을 사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나이만 물어본 곳이 15.8%, 주민등록증을 요구한 곳은 40.6%에 그쳤다.

청소년이 주류 구매에 성공한 확률은 57.8%로 나타났다. 구매 성공률은 나이만 물어본 경우에는 68.4%였지만 주민등록증을 요구한 경우 8.4%로 떨어졌다.

청소년의 장소별 구매 성공률은 구멍가게(67.5%), 동네슈퍼(59.5%), 편의점(54.3%), 대형마트 및 백화점(53.6%), 중소형 마트(45.8%) 순이었다. 지역별로 주류 구매에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비율은 대학가가 53.7%로 가장 높았고, 상가지역(46.4%), 유흥가(41.3%), 아파트지역(39.3%) 순이었다.

이날 세미나에선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소 관계자 등 70여 명이 소집돼 청소년 음주 실태와 술 담배 판매를 금지한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청소년보호법 제26조는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술, 담배를 판매, 대여, 배포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이 경우에는 상대방의 연령을 확인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 담배 광고 규제 나선다=담배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소아과학회가 2007년 7∼11월 서울지역 중고교생 2546명을 조사한 결과 담배를 살 때 41%만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나이만 물은 경우는 32%였고 신분 확인을 전혀 하지 않은 경우는 28%였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30일 ‘제21회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 위해 담배 광고 규제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담배회사 이미지 광고 횟수를 줄이고, 잡지광고 및 소매점에 허용된 담배제품 광고의 횟수를 제한하며 청소년 대상의 각종 문화활동에 대한 담배회사의 지원을 규제하기로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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