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자리 잡는 지름길… 우린 취업난 몰라”
특기자 전형 확대… 대학 입학 기회도 늘어나
“모두들 나중에 후회할 테니 남들처럼 외국어고나 가라고 하더군요.”
올해 2월 서울여상을 졸업한 이길수(19·여) 씨는 졸업과 동시에 산은캐피탈㈜에 입사했다. 2년 전 국내 최연소로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덕분에 유수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져 취업이 빨랐다.
이 씨의 올해 연봉은 3000만 원. 대기업의 대졸자 초임과 다를 바 없다. 중학교 때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던 이 씨가 상고에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는 물론 중학교 선생님들조차 “전문계고는 비전이 없다”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씨는 “특수목적고에 가서 입시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나만의 꿈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일찍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문계고를 찾아 실력을 키우려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고교 과정부터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해 빨리 경력을 쌓고자 하는 것.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전문계고 재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계고 학생 3명 가운데 1명(33.3%)은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계 고교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흔히 전문계고 진학 이유로 여기는 ‘중학교 성적이 떨어져서’라는 답변은 33.7%였다.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은 “이제는 특정 직업군을 전문직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전문계 고교 진학이 일찍 전문직으로 자리 잡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여상의 경우 지난해 취업 희망자 197명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고 이 가운데 113명(57.4%)이 연봉 2000만 원 이상을 받는다. 취업자 평균 연봉은 2030만 원.
서울여상 이영득 교감은 “취업난이 전반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우리 졸업생들의 취업 여건은 거꾸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학생들도 ‘예비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입시에서도 전문계고 특별전형이나 특기자 전형이 늘어나면서 전문계고 졸업생들의 진학 기회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 4등급, 외국어 5등급, 수리 6등급을 받은 서울공고 출신 양현성(19) 씨는 광운대 전자정보통신학군에 당당히 합격했다.
양 씨는 “공고에서 딴 컴퓨터 자격증 때문에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컴퓨터에 관한 한 대학 친구들도 내게 물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