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순수성 지키자” 커지는 자정 목소리

  • 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확성기 단 방송차량서 왜 시위대 통제하나”

“시민단체가 주도 말아야” 인터넷 게시판-카페에 비판글 확산

어제 서울광장 5000여명 모여… 구호 앞장 ‘확성기女’ 안보여

30일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시위대는 집회가 끝난 뒤 오후 9시 반경부터 을지로 태평로 등 서울 도심의 도로를 점거한 채 7일째 거리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1000여 명은 오후 10시 10분경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 중구 태평로에서 행진을 막는 경찰에 맞서 밤 12시 넘어서까지 도로를 점거한 채 연좌농성을 벌였다.

○ 촛불집회서 터져 나온 자정 목소리

전날에 비해 참가자가 4000여 명이 준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과격 행위를 자제하자는 자정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 취재 : 김재명 기자

자유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른 일부 시민은 전날 시위대 선두에서 확성기를 단 방송차량을 타고 구호를 외쳤던 ‘확성기녀’를 비난했다.

한 30대 남성은 “방송차량에서 시위대를 통제해야만 시위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강박관념을 버리자”며 “차량에서 내려와 시위대와 함께 걸어가자”고 요구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사람이 행진할 때 선두에서 방향을 알려줄 큰 소리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이날 거리행진에는 방송차량을 사용하지 않았다.

행진에 앞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에 온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을 저지하기 위해서 다함께 청와대로 촛불행진을 벌이자”고 말했다.

태평로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던 오후 11시 10분경에는 집회 참가자 이모(36) 씨가 서울프라자호텔 앞에서 후진하던 전경차량 범퍼에 정강이를 부딪쳐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대책회의와는 별도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회원 1000여 명도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또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구경북대책회의’가 오후 6시부터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시민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를 여는 등 인천 대전 울산을 비롯한 전국 10여 곳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 “촛불 순수성 지키자”

집회에 앞서 이날 온라인상에서는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체 정화작업에 나섰다.

29, 30일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와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 등에는 거리행진을 주도하는 단체들에 대해 ‘빠져 달라’는 내용의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누리꾼 ‘네’는 “(확성기녀가) 혼자 확성기를 들고 목소리를 높여서 뒤따르는 무리가 군중심리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들의 시위방식을 선동하거나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촛불시위는 주말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미 쇠고기 수입반대 범국민대회’가 열린 뒤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또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학생운동권도 31일과 6월 1일 대학로, 서울광장, 서울역 등에서 ‘한국대학생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주말 촛불시위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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