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부속외고 영어과 3학년 김푸른샘 양의 포트폴리오는 화려하다.
국제반 학생들은 3년 동안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일까.》
○ SAT, 토플, AP… 점수로 승부하라
SAT는 비판적 독해, 에세이, 수학의 세 과목(각 800점)으로 구성된다. 김 양은 영어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독해나 쓰기에서 앞서갈 수 있었다.
김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혼자 영국으로 3년 반 동안 유학을 떠났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어머니 정미영 씨는 딸이 처음 1년간 정기적으로 한글로 된 책을 한 박스씩 사서 보냈다. 김 양은 1년 뒤 “한글 책은 그만 보내도 될 것 같아요”라고 연락했다. 영어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실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SAT 공부는 고교 1학년 말에 시작해 학교 방과 후 수업과 학원 수업의 도움을 받았다. 방학 때는 봉사활동이나 인턴쉽 시간을 제외하곤 학원에서 지내며 많은 문제유형을 접했다. 1월 처음 본 SAT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2월 토플에 도전해 116점을 받았다. 토플 시험의 난이도가 SAT보다 낮아 자연스레 토플 준비가 됐다.
국제반 학생은 대개 입학하자마자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과 대학과목 선이수(AP) 시험을 준비한다. 주중에는 학교 수업이나 과제를 하고 주말에는 학원에 다닌다. AP의 경우 아이비리그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평균 6과목 이상을 이수한다. 토플은 일정 점수만 넘으면 돼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외대부속외고의 김묘중 국제진로부장은 “국제반 학생은 대부분 입학할 때 미국 대학 진학 조건인 토플 100점이 넘는다”고 말했다.
○ 에세이, 추천서… 일관된 교과 외 활동으로 개성을 나타내라
미국 대학은 대학별 에세이나 추천서에 나타난 ‘교과 외 활동(Extra Curriculum)’ 경력이 합격을 좌우할 때가 많다. 교과 외 활동이란 △국내·외 자원봉사 △해외체험활동 △인턴쉽 △각종 대회 수상경력 등 학교 밖에서 쌓는 다양한 경험을 말한다.
인권 운동가, 저널리스트, 작가가 꿈인 김 양은 자원봉사에 주력했다. 5월 푸르덴셜 생명 주최 미국 중고생자원봉사대회(SOC)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활동으로 국내 대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아 미국 대회에 초청됐다.
김 양은 1학년 여름방학 때 장애인 단체 인턴쉽(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이메일과 편지를 보내 한달만에 겨우 허락을 받았다. 그는 공원, 백화점, 지하철역 등지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되어있는지를 조사했다.
방학이 끝날 무렵 김 양은 서울 양천구 목동 집 주변에 있는 지하철역부터 차근차근 살펴서 서울 메트로, 국가 인권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수차례 민원을 냈다. 진정서를 쓰고, 문제 시설의 사진도 찍어서 이메일로 보냈다. 처음에는 무성의한 답변이 이어졌지만 관련 단체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남녀 공용화장실이 있던 오목교역의 경우 남녀 화장실이 분리됐다. 신정네거리역에는 2007년 12월 리프트가 설치됐다. 김 양은 요즘도 진정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밖에 공부방 교사 활동, 인도 환경미화 활동, 우즈베키스탄 장애인 봉사활동 등 자원봉사 경력이 많다.
국제반 학생들은 국내외 자원봉사나 해외 체험활동, 인턴쉽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주로 학교 게시판이나 국제반 교사,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부모가 지인을 통해 인턴쉽 자리를 구해줄 때도 있다.
개인별 학력경진대회나 팀별 대회인 디베이트(토론), 모의법정 등은 학교에서 개인 혹은 동아리 단위로 출전한다.
교과 외 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국제반 학생들은 일단 봉사 정신, 리더쉽, 학업수행능력 등 미국 대학이 선호하는 자질 가운데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한다. 그 다음 관련 경험을 쌓고 이를 토대로 에세이나 추천서를 쓴다. 교과 외 활동을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 사회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했는지를 밝혀 대학 입학 사정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