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경찰의 시위대 해산 과정을 찍은 동영상 속에서 경찰의 발길에 차이고 짓밟힌 여성은 서울대 음대 2학년생 이나래(21) 씨로 밝혀졌다.
이 씨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1일 오전 2시 반에서 3시 반 사이 경복궁 주차장 동십자각 근처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뒤 31일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두 번째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시민과 경찰이 밀고 당기다 살수차가 2, 3차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경찰이 갑자기 뒤로 10m가량 빠지는 바람에 사람들이 몸을 못 가누고 앞으로 밀려갔다”며 “이 상황에서 전경 한 명이 머리채를 붙잡고 끌어내서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머리를 신나게 밟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한 번만 더 밟히면 죽겠구나’ 싶어서 옆에 보이는 전경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며 울먹였다.
이 씨는 당시 경찰차 밑에서 나온 뒤에도 또 다른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경차가 갑자기 시동을 걸고 앞뒤로 움직여 어쩔 수 없이 빠져나왔는데 그 모습을 발견한 전경이 다시 머리채를 잡고 더 심하게 머리를 시멘트에 박고, 온몸을 다 밟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동영상에는 뒷부분이 안 나오지만 계속 맞고 있으니까 시민들이 발견하고 구출해 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에게 징계, 인사, 사법처리 등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를 폭행한 경찰은 서울 모 전경기동단 소속으로 밝혀져 해당 부대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빗속 1500명 시위
검찰 “연행 225명 구속 안해”
민변 “쇠고기 고시 무효 헌소 청구에 7만여명 참여”
진보 100인 “재협상을” 자유기업원 “불법시위 처벌”▼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휴일인 전날 2만 명이 참석한 것과는 달리 많은 비가 내리면서 1500여 명(경찰 추산)만이 자리를 지켰다.
오후 7시 10분부터 촛불문화제를 시작한 참가자들은 오후 8시 반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 차도로 진출했다.
이들은 종로1가를 거쳐 숭례문 앞까지 행진한 뒤 서울광장으로 다시 돌아왔으며 경찰과 충돌하지는 않았다. 시위대는 민중가요를 부르는 등 마무리 집회를 갖고 10시 반경 해산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500여 명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의 통과를 막기 위해 부산항 감만부두 입구의 진입도로를 막은 채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찰 관계자는 “1일 적선 사거리와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경찰을 폭행하거나 경찰 버스를 파손한 사람에 대해 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시위현장에서 연행된 225명에 대해 구속의견을 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시위 부상자들을 모아 정부와 경찰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참가자 수백 명을 강제연행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계와 시민단체 인사 100명도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쇠고기 재협상 등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쇠고기 수입 고시 무효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에 약 7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이 지난달 30일 헌법소원을 냄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지정재판부를 정해 사전심사에 들어갔다.
반면에 자유기업원은 최근 잇따르는 도심 시위와 관련해 2일 성명을 내고 “불법 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기업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평화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경찰의 공권력에 대항해 도로를 점령하고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불법 시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찰의 공권력을 조롱하는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여학생 죽었다” “군홧발 주인공은 ○○”
인터넷에 허위 게시물 나돌아▼
2일 인터넷에서는 최근 경찰의 시위 진압과 관련된 허위 게시물과 동영상 등이 유포됐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인 ‘아고라’에는 이날 ‘여학생 죽었답니다’라는 제목으로 “덕수궁 돌담길 옆에서 2일 오전 1시 40분경 20, 30대로 보이는 여성을 전의경이 목졸라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경찰이 게시자를 추적하고 있다.
‘아고라’에는 서울 모 경찰서 소속 A 이경이 ‘군홧발 동영상’의 주인공이라는 허위 사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인터넷에는 이 씨를 짓밟은 의경이 지난달 27일 “방패로 제대로 찍어줄게”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노모 이경과 같은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소속이라는 내용의 글이 떠돌았다.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홈페이지도 이날 해킹으로 하루 종일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고 메인화면에 ‘때…때리면 아…아프다네!’라는 메시지와 함께 겁을 먹은 표정의 북극곰이 주저앉은 채 앞발을 들고 있는 사진이 떴다.
또 ‘경찰이 강간까지 했다네요’란 허위 게시물과 ‘경찰진압, 이번엔 팬티 벗기기?’ 등과 같은 과장된 동영상도 인터넷에 유포됐다.
경찰은 “경찰 진압과 관련해 각종 허위 게시물과 동영상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