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4일 여대생이 전의경에게 목 졸려 실신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처음으로 올린 경기지역 모 일간지 기자 최모(47)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자유토론방 '아고라'에 '내가 목격한 광화문 현장'이란 제목으로 "전·의경에서 체포돼 목을 졸려 실신한 20대 여성이 승합차에 실려 간 후 소식을 알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 씨의 글은 이후 인터넷에서 '여대생 살인설'로 확대 재생산되며 급속히 퍼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가 '쓰러진 전경을 여학생인 것으로 착각했다'는 진술 외에는 다른 말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4일 인터넷에는 '여대생 사망설'에 이어 시위 참석자가 실종했다는 또 다른 '괴담'이 빠르게 퍼졌다.
이날 아고라에 올라 온 '광주여대생 실종사건'이란 글은 "방금 동생이랑 피디수첩 보는데 동생이 무심하게 스쳐가듯 하는 말. '내 친구 언니의 친구가 촛불 시위 한다고 서울 갔는데 그 후로 연락이 안된대'라고 별뜻없이 말하는데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구요"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은 이날 아고라에서만도 수십 개가 복사돼 올라왔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시위 진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여대생이 실종됐다면 해당 학생의 가족이나 시민단체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실종 신고나 수사 의뢰가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 글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D '날라리'는 "사망설이 묻혀지는 분위기다. 예전의 이한열 님도 한달이 지나서야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ID '은빛 여울목'도 "아무리 봐도 냄새가 난다. 국가차원의 은폐가 자행되고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경찰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불신이 불러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문화심리학) 교수는 "공식적이고 신뢰할만한 의사소통의 채널이 사라졌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라며 "청와대와 경찰 등 정부 채널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사실에 관계없이 현장감 있어 보이는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정부와 공권력 등 '신뢰 대상'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 유언비어처럼 집중하기 좋고 자극적인 부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와 유포 행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폭력진압 경찰'이라며 인터넷에 이름과 사진이 유포된 전·의경 3명은 이날 자신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들을 찾아달라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배태호기자 news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