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쪽발이’라는 욕을 들으면서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제주시 노형동에 일본 토종 소인 와규(和牛) 전문음식점 ‘광원’을 개원한 김정준(37·사진) 씨.
재일동포 2세인 김 씨는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하기 위해 지난해 일본 영주권을 포기했다.
나이 들어 고향으로 영구 귀국하는 재일동포가 있지만 30대의 청년 사업가가 영주권을 포기한 경우는 드문 일.
김 씨는 “한국인들은 일본사람을 무조건 싫어한다. 한국어가 모자라 택시운전사나 유흥업소에서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 일본인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멸시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난 한국사람이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났다. 민단계열인 겐코쿠(建國)고교를 다닐 때부터 파티를 기획하고 인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졸업해서는 자동차 부품과 인테리어소품 등을 파는 회사를 차려 돈을 모았다.
김 씨 음식점은 3090m²의 땅값을 제외하고 45억 원이 투자됐다.
4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호주에서 수입한 와규를 전문적으로 판매한다.
김 씨는 9월 일본인 예비신부인 소마 히사요(相馬久世·28) 씨와 제주에 살림을 차린다.
김 씨는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점은 시작에 불과하다. 음식점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다른 사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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