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와 혈압체크기, 당뇨 측정기 등 의료기구가 담긴 가방을 든 지옥희(56) 씨가 손자와 살고 있는 이미자(72) 씨를 찾았다.
지 씨는 1975년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병원과 보건소, 요양원에서 환자를 돌봐 온 베테랑 간호사로 인천시가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위해 채용한 전문 인력이다.
지 씨는 1주일에 2, 3차례 지 씨를 찾아 당뇨 체크를 해 주고 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지 씨는 “1월부터 이 씨를 돌보고 있는데 처음 만났을 때 혈당 수치가 정상(110∼120mg/dL)보다 4배가량 높아 합병증세를 보였다”며 “아들과 며느리가 가출하는 바람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두 차례나 병원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지 씨의 도움으로 건강이 많이 호전돼 이제는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지난해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찾아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해 주고 있는데 주민들은 “건강이 크게 나아졌고 의료비도 절감됐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3만여 가구가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들은 10개 구군 보건소가 채용한 102명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치위생사 등이 맡아 관리하고 있다.
방문치료뿐 아니라 지역의 병원과 연계해 최소의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에도 문제점은 있다.
102명의 전문 인력이 돌봐야 하는 가구 수는 3만여 가구로 1인당 300여 가구를 맡아야 한다.
3만여 가구는 정부가 올해 인천시에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위해 할당한 가구 수다.
정부가 지역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건강관리 대상 가구 수를 할당하다 보니 체계적이고 세밀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11∼12개월로 정해져 있는 전문 인력의 채용기간도 문제다. 기간제근로자 신분이어서 자신이 맡은 환자와 허물없이 지낼 시간이 되면 다른 보건소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관계 형성이 어렵다. 이에 따라 환자는 새로운 전문인력을 만나 친숙해지기까지 다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보수도 월 120만∼130만 원에 불과해 차비와 식비를 빼고 나면 실질보수는 얼마 되지 않아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인천시 보건정책과 계재덕 과장은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어 수혜 주민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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