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맨손으로 아파트 20층까지 올라간 ‘스파이더 도둑’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2분


6일 오전 4시 10분경 광주 북부경찰서 역전지구대에 20대 여성의 절도 신고가 접수됐다.

이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12층 아파트 건넌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둑이 든 것 같으니 빨리 출동해 달라”고 말했다.

아파트에 도착해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경찰은 방안에 물건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뒤쪽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창문을 통해 밖을 살피다 검은 모자와 잠바를 입은 남자가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다.

경찰은 아파트 13층부터 20층까지 차례차례 수색하다 아파트 20층 베란다 창고에 숨어 있는 A(19) 군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이날 아파트 1층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8층 김모(45) 씨의 집에서 현금 17만 원을 훔치는 등 아파트 창문이 열려 있는 6가구에 들어가 2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를 자퇴하고 가출한 A 군은 경찰에서 “암벽 등반이 취미라서 아무런 장비 없이 맨손으로 아파트에 오를 수 있었다.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층간 높이가 높지 않은 이 아파트를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군을 절도 혐의로 8일 구속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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