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강원 홍천군 동면 동화중학교 ‘글빛나래’ 도서관. 개관식 강연을 맡은 정 시인이 도서관을 둘러본 소감을 말하자 도서부원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동화중학교는 2005년부터 ‘작가와의 만남’ ‘학교 도서관에서 하룻밤 보내기’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지만 그때마다 책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부닥쳤다. 이들의 고민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동아일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캠페인의 117호 마을 도서관이 개관되면서 사라졌다.
도서부원 김우찬(15) 군은 “주로 문학책뿐이라 교과 내용 중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려고 책을 찾아보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도서관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속상했지만 이젠 자신 있게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다”면서 즐거워했다.
4월부터 학부모 사서로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활동하는 정혜례나(45) 씨는 “도서관이 마을 생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의욕적으로 활동했지만 주민들이 읽을 만한 책이 없어 미미했다”며 “앞으론 도서관에 오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배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동헌 홍천교육장 등이 참석한 강연회에서 정 시인은 “시는 아름다운 말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경험을 그대로 쓰는 것”이라며 “생각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독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도 학교마을 도서관이 잇달아 개관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초등학교와 안덕초등학교에서 도서관을 개관했다. 각각 118, 119호 도서관인 셈. 창천초교의 경우 개관식 날 지원된 3000여 권의 책 중 영어 동화책 50여 권이 포함됐다.
이 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가 학생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지만 원서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독서 특강을 진행한 최희수(46) 씨는 “아이들은 영어 독서만으로도 쉽게 언어를 익힐 수 있다”면서 “기증받은 책들을 적극활용해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덕초교는 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사서 도우미 교육’을 수료한 학부모 5명이 마을 도서관 개관을 반겼다. 도서전담 교사가 따로 없어 이들은 사서로 활동하며 도서관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한다. 장서 관리법과 그림책을 활용한 독서 치료 과정 등을 수료한 김민영(40) 씨는 “마을부녀회 등을 통해 도서관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4일 강원 평창군 평창읍 주진초등학교에서 개관한 120호 학교마을 도서관에는 현직 경찰관이자 시인인 피기춘 씨가 시 낭송과 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시를 읽고 외우는 습관을 들이면 마음속에 따뜻한 정서를 잃지 않고 살 수 있다”면서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시 한 편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강봉호 평창 교육장은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문화 중심지이자 누구나 쉽게 찾는 사랑방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권순철 평창 부군수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