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이면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시원한 바람에 몸과 마음의 더위를 날려 보냈다. 바람이 부족하면 부채의 힘을 빌리곤 했다.
지금은 에어컨과 선풍기에 자리를 내줬지만 부채는 3000년 넘게 인류에게 ‘생활의 동반자’였다. 부채는 ‘손으로 부쳐 바람을 일으키는 채(도구)’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육체의 더위와 마음속 답답함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부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 전시회가 5일부터 열려 다음 달 25일까지 충북 청주시 서원대 한국교육자료박물관(관장 허원 역사교육과 교수)에서 계속된다.
개교 40주년을 맞아 ‘부채의 멋’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청주지역 전통 민화 동아리인 ‘화연회’ 회원들의 민화부채 90여 점과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부채 110점 등 모두 200여 점의 부채가 전시됐다.
화연회원들의 민화 부채에는 운룡도, 장생도, 화조도, 모란도, 어해도, 풍속도 등 한국적인 멋과 얼이 담긴 민화가 부채의 선면(扇面)에 절묘하게 앉혀 있다.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가 미국공사 알렌에게 준 궁중 부채 2점도 나왔다. 궁중 화원이 무늬가 들어있는 비단 바탕에 석채(돌가루 안료)로 모란과 나비를 그렸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옻칠 거북자루부채 △죽석 윤선(대나무 자리를 짜듯 엮어서 수레바퀴 모양으로 만든 부채) △학선(부채 면을 학이 날개를 편 모양으로 만들고 자루에는 학 머리와 다리를 조각) 등도 이색적이다. 이 밖에 1960년대 서울의 대표적 요정 가운데 하나였던 삼청각의 광고부채, 코미디언 구봉서가 모델인 조미료 광고부채 등도 눈길을 끈다.
허 관장은 “옛사람들의 여유로운 부채 바람을 요즘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043-299-8194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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