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반 단상 주변 나타나
10여분 실랑이 끝 발길 돌려
미국산 쇠고기 협상 주무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10일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집회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반 정부과천청사를 떠나 오후 6시부터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 머물렀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회자가 오후 7시 반 세종로 사거리의 단상에서 집회 시작을 알리자 정 장관은 수행원 5, 6명과 함께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와이셔츠에 베이지색 잠바, 감색 양복바지 차림이었다. 손에는 자필로 쓴 듯한 문구가 적힌 흰 종이를 들고 있었다.
호텔 입구에서 정 장관을 알아본 사진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기자들이 “왜 이 자리에 왔느냐”고 묻자 그는 “사죄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정 장관은 “국민을 섬긴다고 했는데 총책임자가 현장에 나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 죽을 각오로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 장관이 집회 주최 측에 연락해 현장에서 발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전날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부 참가자가 정 장관을 알아보고 “왜 왔느냐” “당장 떠나라”고 항의했다. 정 장관 일행은 동화면세점 뒤를 돌아 집회장 단상으로 100m 정도 향했다.
동화면세점 앞에 있던 100여 명은 “정운천 물러가라” “이명박 물러가라”고 외쳤다.
정 장관은 단상으로 가려고 했지만 국민대책회의 관계자와 집회 참가자들이 막아서자 10여 분간 그냥 서 있었다. 여기저기서 “매국노” “매국노”라는 소리와 욕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위대에 떠밀린 정 장관은 세종문화회관 방면 골목길까지 갔다가 전경에게 ‘구조’됐다. 결국 그는 오후 7시 50분 미리 대기시켜 놓은 차를 타고 광화문 일대를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우리나라는 70%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통상 관례를 어기는 것이 한국에 불리한데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어 아쉽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