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농림 “발언하게 해달라” 시위대 “매국노 물러가라”

  • 입력 2008년 6월 11일 02시 58분


10일 불시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촛불집회 장소를 찾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경찰에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 장관은 국민과 대화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려 했지만 주최 측과 참석자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김재명 기자
10일 불시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촛불집회 장소를 찾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경찰에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 장관은 국민과 대화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려 했지만 주최 측과 참석자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김재명 기자
鄭농림 시위현장 전격방문

오후 7시반 단상 주변 나타나

10여분 실랑이 끝 발길 돌려

미국산 쇠고기 협상 주무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10일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집회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반 정부과천청사를 떠나 오후 6시부터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 머물렀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회자가 오후 7시 반 세종로 사거리의 단상에서 집회 시작을 알리자 정 장관은 수행원 5, 6명과 함께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와이셔츠에 베이지색 잠바, 감색 양복바지 차림이었다. 손에는 자필로 쓴 듯한 문구가 적힌 흰 종이를 들고 있었다.

호텔 입구에서 정 장관을 알아본 사진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기자들이 “왜 이 자리에 왔느냐”고 묻자 그는 “사죄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정 장관은 “국민을 섬긴다고 했는데 총책임자가 현장에 나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 죽을 각오로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 장관이 집회 주최 측에 연락해 현장에서 발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전날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부 참가자가 정 장관을 알아보고 “왜 왔느냐” “당장 떠나라”고 항의했다. 정 장관 일행은 동화면세점 뒤를 돌아 집회장 단상으로 100m 정도 향했다.

동화면세점 앞에 있던 100여 명은 “정운천 물러가라” “이명박 물러가라”고 외쳤다.

정 장관은 단상으로 가려고 했지만 국민대책회의 관계자와 집회 참가자들이 막아서자 10여 분간 그냥 서 있었다. 여기저기서 “매국노” “매국노”라는 소리와 욕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위대에 떠밀린 정 장관은 세종문화회관 방면 골목길까지 갔다가 전경에게 ‘구조’됐다. 결국 그는 오후 7시 50분 미리 대기시켜 놓은 차를 타고 광화문 일대를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우리나라는 70%를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통상 관례를 어기는 것이 한국에 불리한데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어 아쉽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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