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종교단체… 장애인… 종일 곳곳서 ‘나대로’ 주장

  • 입력 2008년 6월 11일 02시 58분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철폐를”

쇠고기와 무관한 구호도 쏟아져

10일 촛불집회는 ‘백화점식’ 주장과 구호가 쏟아진 자리였다. 굳이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도 없이 한마디 주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다 쏟아져 나온 듯했다.

대학생 청소년 노동자 주부 철거민에다 외국인에 동성애자까지, 다양한 계층과 직업에 종사하는 군상이 참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봇물 터진 이색 구호=이날 집회에선 ‘이명박 대통령 탄핵’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양대 구호가 대세였지만 현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 중 시위에 참가한 노동조합원들은 ‘민영화 반대’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 부스를 차려놓고 ‘물 사유화 반대’ 스티커를 붙여 놓은 생수 7000여 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전국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 반대를 요구했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전기 가스 수도 요금 폭등이 우려된다며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했다.

생계형 주장도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운수노동자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이제 서민은 간장종지 하나로 밥을 먹어야 한다”며 정부의 고유가 대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1년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최소한의 생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데 광우병까지 감수해야 하느냐”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 100여 명은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은 대부분 저소득이어서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또 하나의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와 불교 단체도 촛불집회에 가세했다.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기 위한 ‘6·10 기독교인 사전마당’을 열었다. 불교환경연대 등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쇠고기 수입고시와 대운하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법회를 개최했다.

이 밖에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한 단체는 “환경보호를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며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평생 채식으로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고 이색 주장을 폈다.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되찾자는 외국인의 ‘1인 시위’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은 이날 오후 세종로 사거리에서 지나가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쓰레기를 흔들며 “촛불집회의 원래 취지로 돌아가자.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의 본성은 이렇지 않았다”고 외쳤다.

또 한 시민은 서울광장에 있는 단상에 올라가 ‘이명박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시위 반대 1인 시위를 벌였다.

▽다양한 시위도구, 복장 등장=온갖 구호를 반영하듯 집회 참가자들의 시위 도구와 복장도 다양했다.

이날 인터넷 카페 모임인 ‘유맘’ 회원들은 오후 6시 유모차 50여 대를 끌고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세종로 사거리 방향으로 행진했다. 유모차 안에는 두세 살 된 아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좌우로 예비군들의 보호를 받으며 “엄마가 뿔났다. 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들이 지켜준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간호사 복장으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소속인 이들은 ‘건강보험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며 현장에서 의료봉사대 역할까지 수행했다.

재향군인회와 참전유공자회는 서울 청계광장에 6·25전쟁 당시 사진들을 늘어놓고 광우병 파동에 따른 반미 움직임을 반박하는 주장을 폈다.

새물결국민중앙운동회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30여 개 보수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대한민국 서포터즈’는 오후 6시 서울 대학로에서 ‘대한민국 지키기 범국민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힘내라 코리아’, ‘다시 뛰자 대한민국’ 등의 구호를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국민은 각자의 자리로,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무지개 깃발을 든 동성애자들도 집회 현장의 한 구석을 차지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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