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60) 씨가 11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소설 '초한지'(민음사) 전10권 완간 간담회에서 현 촛불집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 씨는 촛불집회에 대해 "가장 걱정했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이라면서 "결코 빈정대는 뜻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도 있긴 해도 민의로 인정되도록 방관하고 묵인한 것도 선택이고 동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촛불집회를) 부인하거나 민의라고 말할 때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되기 어려운 일을 되게 한 점에서는 위대하고, 또 다른 중요한 문제에서 이런 게 통한다면 끔찍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초한지를 설명하며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고 제왕은 백성의 하늘이기 때문에, 먹는 것은 제왕에게 하늘의 하늘'이란 대목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보탰다. 그는 "(쇠고기 사태는) 먹는 것의 문제이기보단 먹는 것이 하나의 빌미가 됐을 뿐 국민 감정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완간된 '초한지'는 중국의 진나라 말기 천하의 패권을 다툰 유방과 항우에 초점을 맞춘 역사물. 2002년부터 본보에 4년간 '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소설이다. 이 씨는 "'사기'를 원전으로 하고 '자치통감'과 '한서'를 보조 자료로 삼았다"면서 "연재는 항우의 죽음에서 마무리됐으나 이후 한나라 초기까지 1권 반 정도의 분량이 더 채워졌다"고 말했다.
"한국에 소개된 초한지는 대개 명나라 때 종신거사가 쓴 '서한연의'를 원전으로 했습니다. 분량도 적은데다 너무 많이 상상력에 의지해 역사와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요. 보다 정사에 접근해 훨씬 더 재밌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소설의 특징은 작가 특유의 유방에 대한 재해석. 그는 "이전엔 항우가 더 소설적인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쓰면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유방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유방은 엄청난 순발력과 임기응변을 지녔으며 대단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이 씨는 "중국 역사 관련 소설은 이만 하면 됐다 싶다"면서 "한 동안 쉬면서 다음 소설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1980년대를 정리하는 소설과 연애소설 가운데 하나가 될 예정. 하지만 "과연 현재 시점에서 유효한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