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짝버스에 파김치… 자가용 몰자니 ‘高유가 시름’▼
동탄신도시 나루마을에 사는 대학생 유모(21) 씨는 매일 반복되는 통학전쟁에 넌덜머리를 낸다.
집 앞에서 좌석버스를 탄 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가서 3호선으로 환승하든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강북의 학교까지 갈 수 있다. 등교시간만 1시간 반에서 2시간.
유 씨는 “버스 배차간격이 20분이라지만 30∼40분 걸리는 게 예사”라며 “강북까지 가는 버스노선 신설을 건의했지만 거리제한에 묶여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 강북 도심 연결 버스 없어 여러번 환승해야
경기지역 신도시 주민의 서울 출퇴근길은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통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로를 해마다 신설하지만 늘어나는 차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선 계획, 후 개발’을 강조하지만 신도시의 도로망 건설이나 대중교통시스템 도입은 계획보다 항상 늦다.
사정이 이러니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다가 파김치가 되기 쉽다. 지하철을 2, 3번씩 갈아타고 직장에 도착하면 아침부터 힘이 쭉 빠진다.
동탄신도시는 지난해 1월 입주를 시작했다. 계획인구의 절반인 5만6000여 명이 사는데 광역버스가 5개 노선뿐이다. 그나마 강남역 사당역 잠실역이 종착점. 강북도심까지 가는 노선은 없다. 동탄신도시와 함께 2기 신도시로 불리는 김포신도시 역시 마찬가지. 3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서울로 바로 가는 좌석버스 노선은 없다.
○ 주민 증가 못 따라가는 도로망
대중교통이 부족하다 보니 경기도 신도시에는 자가용 출퇴근자가 많다. 힘들기는 대중교통과 큰 차이가 없다.
김포신도시 장기지구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3·회사원) 씨는 핸들을 잡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국도 48호선을 지나 올림픽대로에 올라서면 거북이 기어가듯 한다. 경유가격이 폭등하면서 유류비만 몇 달 사이에 1.5배 이상 올라 한숨이 더 나온다.
유 씨는 “길은 막히고, 기름값은 오르고 미칠 지경이다. 버스나 지하철은 2시간씩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동탄신도시의 광역도로인 오산∼영덕 도로(13.6km), 서부우회도로(10.7km), 봉담∼동탄고속도로(17.8km)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 김포-동탄 등은 지하철 계획도 없어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도 도로망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버스노선은 대부분 구불구불 돌아가고 지하철은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주민들은 “서울시청이나 광화문까지 지하철로 가려면 1, 2차례 환승하면서 1시간 30분씩 걸리는데 누가 타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김포신도시와 동탄신도시는 지하철 계획조차 없다. 김포신도시는 경전철 도입을 검토하지만 수년째 제자리다.
지하철 9호선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에 정부는 타당성이 없다고 소극적이다. 동탄신도시는 경부선 병점역을 이용하는데 배차간격이 15∼20분이다.
경기개발연구원 지우석 교통정책연구부장은 “도로망 확충이나 저속 철도로는 교통난 해결에 한계가 있다. 속도와 편리성이 뛰어난 광역급행철도와 광역급행버스를 확대해 자가용 이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주민 46% “교통 불만”▼
김문수 경기지사는 취임하면서 4대 공약 중 하나로 교통문제 해결을 내걸었다. 경기도의 큰 현안 중 하나가 교통문제임을 보여준다.
경기도가 지난해 1만6700여 가구를 대상으로 교통 경제 주거 등 9개 분야의 도민 생활수준 및 의식구조를 조사했더니 교통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다.
만족은 16.6%에 불과했고, 불만족이 46.8%나 됐다.
특히 대중교통 분야는 2006년보다 불만족 응답이 1.5%포인트 늘고 만족도는 0.9%포인트 줄었다.
조병석 경기도 교통국장은 “김 지사 취임 이후 교통국을 신설하고 인력과 예산을 대폭 강화했다. 종합적인 교통대책을 마련해 도민이 피부로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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