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상의 촛불’을 켜자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 6·10 도심집회 이후… 전환점 맞은 촛불집회

10일 열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의 ‘100만 촛불대행진(촛불대행진)’을 계기로 촛불집회 진행 방식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 촛불집회 계속 뜨거울지는 미지수

11일 국민대책회의와 경찰 등에 따르면 앞으로 촛불집회는 소규모 촛불집회를 날마다 이어가면서 ‘효순·미선 양 사망 6주기’ 같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대규모 시위를 병행하는 ‘징검다리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매일 수만 명이 참가해 도로를 장시간 점거하는 방식은 대다수 시민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집회 주최 측의 판단 때문이다.

또 최근 쇠파이프까지 등장하는 등 경찰과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촛불집회=평화시위’라는 이미지에 금이 간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700명 만이 참가해 국민대책회의는 참여 인원을 채우기 위해 예정보다 늦은 오후 7시 30분부터 집회를 시작했다.

촛불집회 지지자들이 많이 활동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등 인터넷 모임회원들과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이날 참가자들은 오후 8시 40분 도로로 진출해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여 동안 거리 시위를 벌인 뒤 해산했다.

국민대책회의 안팎에서는 수백 명에서 1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매일 열며 △효순·미선 양 사망 6주기(13일) △이병렬 씨 영결식(14일) △6·15 남북공동선언 8주년(15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7월 초) 등에 맞춰 도심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여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대책회의 측이 정부에 재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20일이 촛불집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촛불집회의 열기가 지금까지처럼 뜨겁게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 시민-누리꾼 “이제 일상으로”

10일 열린 촛불대행진을 계기로 일반 시민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제 촛불집회를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의 ‘아고라’에서도 11일 촛불집회를 멈출 때가 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ID ‘창랑성’은 “시위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가슴속에 촛불을 하나씩 품고 정부의 결정을 보고 싶다. 잠시 힘을 비축하자”고 주장했다.

ID ‘원심’도 “이제 그만 하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서 진정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자”고 말했다.

지난달 초부터 매주 서너 차례 촛불집회에 참가해 새벽까지 시위를 한 뒤 출근해 회사에서 ‘촛불폐인’으로 불렸던 김모(43) 씨는 “10일 촛불대행진을 통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에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며 “이제 정치인들이 국회로 돌아가 청와대를 압박하면서 횃불 민심을 제도권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및 행정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복잡한 국제통상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정부에 ‘왜 대답이 없느냐’고 따지며 계속 촛불집회를 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무역위원회 위원장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지금 와서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내용을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촛불집회를 자제하며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행정학회장인 남궁근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이 대통령제 국가인 것을 인정한다면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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