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누리꾼이 공동 저술하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한국어판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내용 수정을 4개월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위키피디아 한국어판(ko.wikipedia.org)에 따르면 위키피디아는 “반복적인 문서 훼손 및 사회적 이슈화의 이유로 6월 8일부터 10월 8일까지 이명박 대통령 내용에 대한 준(準)보호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준보호란 해당 문서에 대해 누리꾼의 악의적인 훼손이 심한 경우 익명의 사용자나 신규 사용자가 문서편집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실상의 저술 중단 조치를 말한다.
위키피디아는 그동안 이 대통령에 대해 현대건설 사장, 서울시장 시절의 업적과 함께 관련 비판 내용도 함께 집어넣는 등 중립적 시각에서 기술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사태 등으로 확인되지 않은 비판 내용들을 수록하려는 일부 반(反)정부 성향 누리꾼의 시도가 이어지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 항목에 대해 ID ‘222.238.***.***’의 한 누리꾼은 ‘나라 말아먹는 또라이 ××’라는 내용을 포함시켰으며, ID ‘210.127.***.**’인 누리꾼은 이 대통령의 저서인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의 제목을 ‘광우병 쇠고기는 아이들 입 속으로 들어간다’로 수정을 시도하는 등 문서 훼손이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백과사전 저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인터넷 집단지성’ 또는 ‘현명한 대중(스마트몹)’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위키피디아가 ‘한국 누리꾼의 집단지성에는 냉각기간이 필요하다’는 자체 진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서 준보호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번 사안을 포함해 71건이나 된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