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시내버스 100배 즐기기<17>190, 104번

  • 입력 2008년 6월 13일 06시 36분


대학 캠퍼스 지나는 ‘청춘의 노선’

“젊은 입맛 잡아라” 맛집 경쟁 치열

대전시내버스 190번과 104번은 ‘청춘의 노선’이다. 190번은 충남대, 한남대, 대전보건대, 한국폴리텍Ⅳ대학(대전)을 지나고, 104번은 침례신학대학과 우송대 우송공업대 우송정보대를 지난다.

버스에 오르면 젊음이 가득하다. 대화 내용이 그렇고, 옷차림이 그렇고, 표정들이 또한 그렇게 싱그럽다.

▽청춘의 노선=190번은 충남대 농대에서 출발해 충남대 정문∼유성사거리∼계룡사거리∼한가람아파트∼한밭대교∼오정사거리∼한남대∼고속터미널∼대전보건대∼명석고를 돌아 나온다. 평일에는 8분, 주말과 휴일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지난 한 해 동안 450만 명이 이용한 알짜 노선이다.

대학 주변엔 어디나 그렇듯 다양한 먹을거리가 기다린다. 주말이나 휴일엔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학교 캠퍼스를 거닐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다.

대덕구 오정동에 있는 한남대 캠퍼스는 50년 역사가 말해주듯 울창한 숲과 아름드리 나무, 연못까지 어우러져 웬만한 공원보다 좋다. 오정못과 상징탑 사이에는 ‘진리의 북’을 보관하는 고루각이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평화의 북’을 제작한 한국 전통 북 제작자 김관식 씨가 똑같은 크기의 북을 제작해 기증하자 1억 원을 들여 1992년 보호각을 설치했다. 대학 안에는 곤충, 무척추동물, 척추동물, 식물 화석 등이 있는 자연사박물관과 1500여 점의 유물 등이 소장된 중앙박물관이 있다.

▽박팽년 유허비와 가양비래공원=104번과 190번을 이용하면 대전보건대 인근에 있는 취금헌 박팽년(醉琴軒 朴彭年·1417∼1456) 선생의 집터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사육신 중의 한 명으로 회덕현 흥농촌 왕대벌(지금의 대전 동구 가양2동)에서 태어난 그의 집터에는 풀만 가득하다. 1668년 선생을 추모하는 선비들이 세운 비석만 한쪽에 남아 있다. 글은 우암 송시열이, 글씨는 동춘당 송준길이 썼다.

버스는 명석고를 지나 가양비래공원 앞에서 멈춘다. 이곳은 예부터 ‘더퍼리’로 불려온 곳. ‘대전 지명지’에 따르면 송우암이 남간정사가 있는 마을인 굴리, 신인, 자양을 연결해 덕포리(德布里)로 불렀는데 발음이 변하여 더퍼리가 됐다고 한다.

더퍼리 가양비래공원은 이 마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질현산성, 옥정사 등과 체육시설이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동부순환고속도로의 쭉쭉 뻗은 교각도 볼만하다.

▽식당들 치열한 ‘사이버 전쟁’=대학가 음식점의 성패는 ‘사이버 전쟁’에서 판가름 난다. 학생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맛과 가격, 서비스에 조금만 흠이 있어도 금방 ‘적발돼’ 아웃된다.

충남대 주변의 한식집 ‘진지방’과 ‘먹자방’, 숨두부찌개가 대표메뉴인 ‘자매식당’, 닭갈비 ‘와닭’, ‘삼미파전닭갈비’ 등은 성공한 사례다.

한남대 주변의 스테이크 전문점 ‘띠아모’와 후문 앞에 있는 곱창볶음 ‘굿컴’, ‘김해 뒷고기’, 그리고 백반집인 ‘하늘정원’도 입맛 전쟁의 승자들.

충남대와 KAIST 사이 유성구청 옆 골목에 있는 ‘강구항’은 동해 바다를 옮겨놓은 듯하다. 이 집 사장 정명국(54) 씨가 바로 경북 영덕의 강구항 출신. 서울에서 7년 동안 막회 집을 하다가 올해 3월 대전으로 왔다. 메뉴는 막회, 물회, 백고둥, 도루묵찌개로 단출하다. 막회는 청어, 학꽁치, 물가자미 등 어린 고기를 뼈째 썰어 배와 무, 양파 등 싱싱한 과채류와 함께 양념장에 버무려 먹는다. 씹힌다기보다는 살살 녹는 느낌. 물회는 같은 재료에 얼음물을 부어 뼛속까지 시원한 느낌을 준다. 동해안에서만 나는 백고둥을 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막회 2만∼3만 원(4인 기준), 물회(1만∼3만 원), 백고둥 2만 원이다. 042-863-9288

유성사거리와 만년교 사이 계룡스파텔 옆에 위치한 오리전문점 ‘그린하우스’는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오리요리 전문점이다. 여사장 김온순 씨가 1983년 대전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오향오리, 베이징덕, 다리구이, 불고기, 모둠볼 등이 포함된 코스요리(1인당 2만5000원)가 유명하고 7000원짜리 점심특선도 있다. 042-825-1791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안산동과 대전역·한밭운동장을 운행하는 140, 111-1번 노선이야기가 게재됩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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