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MBC 진입시도… KBS선 ‘鄭사장 옹호’ 시위대와 충돌
양방송 간부들 면담… “균형보도 노력” 약속받고 자진 해산
쇠고기 편승 ‘鄭사장 구하기 집회’ KBS 내부서도 논란
13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는 ‘사수 정연주’ ‘표적감사 중단’ 등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대와 ‘편파방송 시정’을 촉구하며 KBS를 항의방문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와 자유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섰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울역 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오후 3시쯤 집회를 연 뒤 오후 6시경 여의도 KBS와 MBC 본사를 항의방문했다.
이들 1000여 명은 이날 KBS 본관 앞에 모여 편파방송 시정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3시간여 동안 “KBS는 불공정한 보도를 그만두라” “감사원은 KBS를 철저히 감사하라” “KBS 보도프로그램과 시사프로그램이 촛불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8시경 유연채 KBS 보도총괄팀장과의 면담에서 “보수와 진보에 대해 균형 잡힌 보도를 하겠다”는 말을 들은 뒤 오후 9시경 해산했다. 이들과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50m의 거리를 두고 시위를 벌였으며 한때 양측 간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 450여 명은 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편파방송을 이유로 문화방송(MBC)을 항의방문했다. 40여 명이 건물 주변 담에 올라가 진입을 시도했고 안에 들어간 20여 명은 방송중계차 위에 올라가 시위를 하거나 건물을 지키던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방송기자들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자 고무호스가 장착된 가정용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의 밸브를 열고 화단을 향해 한 차례 화염을 방사해 경찰이 소화기로 급히 불을 껐다.
이들은 “MBC는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전경들이 자구책으로 방패를 휘두르는 것을 폭력적으로 묘사하는 편파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8시 20분까지 대표단 8명을 구성해 김성수 MBC 보도국장 등 3명과 면담했다. MBC는 이날 밤 ‘뉴스데스크’에서 이들의 항의방문 소식을 전하며 “광우병 보도에 신중을 기해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지켜온 MBC 보도기조”라고 보도했다.
KBS 본관 앞 촛불시위대는 이날 오후 7시경 400여 명이 모여 ‘국민참여네트워크’ 명의로 ‘퇴진 최시중, 사수 정연주’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정연주를 지켜내자’ ‘공영방송 지켜내자’ 등을 외쳤다. 이들의 시위는 오후 11시 10분경 서울광장에서 온 촛불시위대가 합류하면서 4000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30여 분 뒤 대다수가 인근 한나라당 당사로 옮긴 뒤에도 300여 명이 남아 밤늦게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이 자리에는 KBS PD협회와 기자협회 KBS지회 간부들이 나와 시위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KBS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KBS에 대한 특별감사에 반대한다’는 청원을 보고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노동조합은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이번 시위는 KBS PD협회가 (11일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낸) 광고가 촉발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정연주 사장 지키기에 나선 일부 사내 정치세력이 편향된 정보를 제공해 순수한 촛불의 의미를 오도한다면 가볍게 봐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12일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노조가) 본관 앞에 세웠던 만장을 뽑아내고 정 사장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며 노조와의 토론을 거부했다”며 “일부 PD협회 집행부는 노무현 정권이 전투경찰까지 동원해 권력의 힘으로 정 사장을 밀어넣을 때는 어디 있었고 그때는 KBS의 정치적 독립성이 필요 없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KBS 내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해온 촛불시위가 ‘정연주 사장 사수’처럼 쇠고기와 관련 없는 문제로 확산되는 게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의 한 PD는 “정 사장이 임명될 때와 연임될 때의 과정을 보면 노무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게 분명한데도 촛불시위대가 ‘정 사장 사수’를 외치는 것은 결국 ‘낙하산 사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촛불시위대가 정 사장 사수를 외치는 것은 너무 멀리 간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