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통계로 세상읽기]왜 박지성은 자꾸 이적을 할까?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7분


이적…이적…박지성은 축구만큼 ‘기회비용’ 계산에도 선수

5억 연봉을 5년 만에 36억으로 ‘하이킥’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는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작가는 이 시에서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시에 표현된 것처럼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의 선택 가운데는 일상 속에 반복되는 사소한 선택이 있고,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택도 있다. 인생을 좌우할 선택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축구선수 박지성의 경우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4강에 진출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는 명지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0년 5월, 휴학을 하고 일본프로축구(J리그) 팀 가운데 하나인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했다. 왜 박지성 선수는 대학을 마치지 않고 프로팀으로 갔을까?

당시에는 그의 J리그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지성 선수 역시 그런 우려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교토 팀에서 입단 제의가 왔을 때 고심했을 것이다. 이때 박지성 선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대학에 계속 다니며 축구 실력을 닦아서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 졸업 후에 별 위험 요인 없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더 좋은 조건으로 프로팀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체육 특기자로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대학 학비도 들지 않는다.

두 번째는 대학을 그만두고 일본 교토 팀으로 가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일본 축구에 적응하지 못하여 2류 선수로 전락할 위험이 있지만, 교토 팀이 제안한 연봉 5000만 엔(약 5억 원)과 경기마다 지급되는 출전 수당 30만 엔(약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갈림길에서 박지성 선수는 두 번째 길을 선택했다. 첫 번째 길을 간다면 등록금 부담 없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지만, 두 번째 길을 갈 때 얻을 수 있는 연봉 5억 원과 출전 수당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잃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대개 선택으로 잃는 것(‘기회비용’이라고 한다)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2002년 12월경, 박지성 선수는 또다시 두 갈래 길에 섰다. 그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보도가 난 것이다. 교토 팀 팬들은 박지성의 잔류를 애타게 기원했다. 과연 박지성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교토 팬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줘야 할까, 네덜란드로 가야 할까?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박지성 선수가 교토 팀에 남아 있을 때의 기회비용을 따져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인트호번은 박지성 선수에게 3년 6개월에 420만 달러(약 51억 원)라는 거액을 제안했다. 이것은 박지성 선수가 교토 팀에서 받고 있는 연봉의 약 2.9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교토 팀에 남아 있게 되면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박지성 선수가 결국 네덜란드행을 선택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2003년 1월 7일 에인트호번 팀과 입단 계약을 마쳤다.

박지성 선수는 에인트호번 팀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맹활약했다. 2005년 5월 에인트호번 팀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박지성 선수는 4강 진출의 주역이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05년 7월 그는 다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으로 연봉 200만 파운드(약 36억 원)를 받고 이적했다. 유럽 진출 2년 6개월 만에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된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박지성 선수와 같은 선택을 했을까, 아니면 일본이나 네덜란드에 남았을까? 아마 십중팔구는 박지성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그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안병근 공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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