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고유가 파업?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건설노조 “발주처가 기름값 대는 표준계약 강제를”

정부, 협조요청-과태료 부과外 제재수단 없어 고민

덤프트럭 운전사가 주축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건설기계노조) 회원들이 총파업에 나선 것은 기름값이 올라 수익구조가 과거보다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총파업에 나서면서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의 완전 실행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건설기계임대차 분야의 불평등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시행된 임대차 표준계약서의 5조는 “건설기계 가동에 필요한 유류비 및 운반비는 건설사 등 발주처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기종이나 현장 여건을 고려해 양측이 합의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대로라면 공공이 발주한 공사든, 민간 공사든 발주처가 건설기계노조원에게 기름을 사서 직접 넣어주든지, 기름값을 지급해야 한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급등해도 건설기계노조원들은 부담이 없다.

그런데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건설기계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발주처가 주는 임대료는 그대로인 데 반해 건설기계노조원들이 자비(自費)를 들여 사는 기름값이 크게 올라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현장 조사를 실시한 국토해양부도 이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임대차 표준계약서가 건설현장에서 지켜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는 반드시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도록 분기별로 실태조사에 나서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은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건설기계노조 측이 정부가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차량을 동원한 상경 투쟁을 보류하고 16일부터 3일간 예정했던 상경투쟁도 2일로 줄였다.

하지만 민간 공사는 임대차 표준계약서 이행을 100% 강제할 수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건설기계노조원들은 정부가 확실한 보증 장치를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대한건설협회나 전문건설협회를 통해 협조를 구하고,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업체에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는 것 외에 다른 제재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건설기계노조는 18일부터 지역으로 돌아가 정부가 밝힌 조치가 실제 건설현장에서 지켜지는지 확인한 뒤 총파업을 계속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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