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주일에 4, 5번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다. 서초구 서초동에서 21km를 달려 양천구 목동의 방송국으로 간다. 눈이 내리지 않는 날이면 언제나 자전거를 탄다.
김 씨와 같은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에게 고유가는 남의 얘기. 차에 기름 넣은 지가 오래돼 요즘 기름값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그는 “요즘 같은 시기에 자전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한다. 에너지가 부족한 때에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쓰지 않고 아끼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
○ 기름값 아끼고 건강 챙기고
고유가 시대를 맞아 김 씨처럼 자동차를 집에 두고 자전거를 선택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 집에서 종로구 종로1가 회사까지 자전거로 다니는 회사원 나진배(33) 씨를 보자.
회사에서 차를 지원해줬지만 한 달에 35만 원 정도 들던 기름값이 50만 원을 넘자 기름값을 청구할 때 눈치가 보여 차를 포기했다.
그는 “가끔 위험할 때가 있지만 운동도 되고 출퇴근 비용도 절약하므로 자전거 출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최근 회원이 급증했다. 4월에는 8600여 명, 5월에는 1만1000여 명의 회원이 새로 가입했다.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신규 가입 회원이 2배 이상으로 총회원이 18만 명을 넘었다.
○ 자전거도로-보관소 턱없이 부족
서울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이런 자전거 열기를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전거도로는 388구간 715.45km로 전체 서울 도로의 8.86%. 10년 전 자전거도로가 163.8km로 전체의 0.22%였던 데 비하면 많이 늘었다.
자전거 운전자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와 사고 시 피해가 자전거 열풍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
‘자전거·자동차 벌점 합산제’가 대표적이다.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나면 벌점을 받고, 자칫하다간 운전면허도 정지된다.
원칙적으로는 횡단보도도 건널 수 없다. 횡단보도에서 나는 사고는 10대 중과실에 포함된다.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 송하성 회장은 “자전거 길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뿐더러 보관소도 없다. 자전거 인프라스트럭처를 제대로 확충할 때 자전거 열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자전거 관련 제도를 개선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우선 도로교통법 제16조 1항의 ‘차마 서로 간의 통행 우선순위’ 중 최하위에 머물던 ‘자동차 및 원동기장치자전거 외의 차마’(자전거)를 긴급자동차 다음인 2순위로 조정하도록 경찰청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보험업계와 함께 자전거손해배상보장법을 제정하고 자전거 관련 사고에 대한 보험 규정이나 상품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중랑구 도봉구 송파구 등 9개 자치구에 자전거전용도로 61.681km를 새로 만든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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