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선 양형기준제와 관련해 법관의 양형 재량 및 양형기준제 적용 범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양형위원회가 한국 법체계와 국민의 법 정서에 어울리는 양형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선 먼저 ‘양형인자’를 어떻게 다룰지 결정해야 한다. 양형인자는 ‘치밀한 사전 계획’ ‘피고인의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피고인의 경제 발전 기여 가능성’ 등 법관이 피고인의 양형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범행과 피고인의 다양한 양상 및 요소들을 말한다.
▽법관 재량 제한 vs 범죄 특성 반영=이날 토론회에서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인 이주형 검사는 양형기준제를 정하기 위해 양형인자의 철저한 계량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계량화를 하면 할수록 양형 결정 과정이 객관적이 되고 투명해진다”며 “양형인자의 계량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양형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전문위원인 손철우 판사는 “범죄 유형 분류에 따른 계량화는 기본적인 전제”라면서도 “개별 양형인자의 계량화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판사는 “(수치화된 양형인자를 더하고 빼서 양형을 계산할 경우) 유기징역을 받을 사람이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고 무기징역을 받을 사람이 유기징역을 받을 수도 있게 돼 법체계와 모순된다”며 “이럴 경우 양형은 판사의 재량이 없는 기계적인 작업으로 변질된다”고 강조했다.
▽양형기준 적용 범위도 논란=이날 발표자들은 모든 범죄에 적용할 양형기준을 만들지, 아니면 범죄마다 다른 양형기준을 설정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또 내년 4월 양형기준이 설정되면 처음부터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할지, 일부 시급한 범죄부터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맞섰다.
모든 범죄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양형기준을 만들어 전면적으로 적용하자는 의견과 범죄 유형에 따라 다른 양형기준을 만들어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 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양형위원회는 7월경 양형기준의 틀을 마련한 뒤 올 11월 공청회를 거쳐 내년 4월까지 양형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