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위한 파업 않겠다더니… 1년만에 말 뒤집어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 민주노총 총파업 어제와 오늘

민주노총에 2006년은 매우 특별한 해였다. 총파업을 1년에 15차례나 벌인 기간이었다.

1995년 창립한 민주노총은 이듬해를 시작으로 수시로 총파업을 했다. 하지만 1년에 15차례라는 파업 횟수는 노조파업 사상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다.

그해 11월 15일부터 12월 14일 사이에만 전면파업 8차례를 포함해 총파업을 10차례나 벌였다.

외형적으로는 노동계의 힘을 과시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6년 총파업에 대한 평가는 민주노총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이었다.

조합원의 생각을 무시한 채 정치적 이슈를 내세운 파업에 일반 국민이 냉담했던 것은 물론이고 조합원조차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정치파업에 이탈 가속=민주노총은 2006년 2월 28일 비정규직법안 반대를 내걸고 4만9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해 첫 총파업을 시작했다.

4월까지 4차례 열린 총파업의 이슈는 모두 비정규직법과 관련이 있었다. 다섯 번째 파업이던 7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쟁점으로 추가했다.

민주노총은 11월 15일 총파업을 앞두고는 △노사관계 민주화 입법 쟁취 △한미 FTA 협상 저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 △산재보험법 전면 개정 등으로 전선(戰線)을 확대했다.

정치적 이슈의 파업에 대한 조합원 지지는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한미 FTA 반대 등 정치파업에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내부에서부터 나왔다.

조합원이 이때부터 이탈하기 시작했다. ㈜코오롱 노조가 12월 21일 실시한 민주노총 탈퇴 여부 찬반투표에서 790명이 참가해 754명(95.4%)이 찬성표를 던져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같은 달 7일에는 건설업계의 대표적 강성 노조인 대림산업 노조가 아예 노조 해산을 결의했다. 대림산업 노조는 그해 5월 “노동자를 정치투쟁 현장으로 내몬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2년 만에 정치파업 재개=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노총은 2007년 1월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온건파인 이석행 씨를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위원장은 사업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 역량이 되지 않는데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객기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산별 공동투쟁 및 산별교섭 쟁취 △비정규 노동자 산별 노조 가입 등을 3대 투쟁 방침으로 제시했다. 출범 후 12년 만에 사업계획서에서 총파업이라는 세 글자가 사라졌다.

지난해 6월에는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미 FTA에 반대하는 파업이 있었지만 민주노총은 “금속노조의 파업이지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로 전해 한미 FTA 반대 등 정치적 목표를 내세운 파업을 벌였으나 실패로 끝났다는 현실을 의식한 행보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강경파가 여전히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투쟁 노선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왔다.

이 위원장이 “특별한 일이 아니면 빨간 머리띠를 매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1년여 만에 결국 말이 바뀌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반대, 고(高)물가를 파업 이유로 꼽으며 “촛불에 제대로 복무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시 정치파업을 재개하겠다는 뜻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에 밀어닥친 여러 가지 악재로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은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으로 더욱 불안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노동운동에 대한 여론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총파업을 벌이면 국민과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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