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5년째 자전거수리 봉사 정재근 씨

  • 입력 2008년 6월 18일 06시 56분


“섬에서는 자전거를 10일에 한 번꼴로 점검해줘야 합니다. 바닷바람을 맞은 부품들이 쉽게 삭아 붙어버리기 때문에 부품을 자주 교체해주지 않으면 탈 수 없어요.”

자전거와 40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는 정재근(50) 씨는 매달 한 차례 영종도보육원(인천 중구 중산동)을 찾아 자전거 수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마철이지만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된 29일 가족과 함께 ‘영종도 나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보육원에 있는 40여 대의 자전거를 점검 수리해준 뒤 뒷산에 올라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열기로 했다.

그의 가족과 60여 명의 원생이 등나무와 벤치가 있는 야산에 텐트를 치고 바비큐 돼지 한 마리를 배달해 먹기로 했다. 정 씨가 자전거 바퀴 등 부품 교환이나 야유회 비용을 전액 책임진다.

2003년 초 시작된 이 봉사활동에는 정 씨의 큰아들(17)과 작은아들(14)도 꼭 동참한다. 두 아들은 자전거를 날라주고 바퀴에 바람을 넣어주는 등의 수리 보조역할을 한다.

정 씨는 “영종도에서는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보육원생들에게 자전거는 생활필수품”이라며 “자전거를 수리해준 지 한 달을 넘기면 아이들이 빨리 와달라고 아우성을 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인천 도심에서 자전거 도매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점포에는 ‘휠체어 무상수리센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자전거 수리 기술을 응용해 장애인들이 타고 다니는 휠체어를 고쳐주는 봉사활동을 6년가량 이어오고 있다.

장애인이 전화(032-885-3121)로 고장 신고를 하면 일손을 놓고 인천 시내 어디든 즉시 달려간다.

부품 교환도 무상이며 현장에서 수리가 안 될 경우 휠체어를 점포로 갖고 와 ‘완벽 수리’를 한 뒤 배달까지 해주고 있다.

휠체어 수리를 더 많이 해주기 위해 현수막을 제작하고 명함을 만들어 장애인단체와 공공기관에 돌리고 있다.

그는 또 자전거 대중화를 위해 ‘휴대 자전거’(동그라미 자전거)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높이 50cm, 길이 105cm, 무게 12kg 규모의 알루미늄 본체로 구성된 접이식 자전거다.

바퀴를 빼지 않고 손쉽게 접은 뒤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 갖고 다니면서 탈 수 있도록 고안됐다. 승용차 트렁크에는 4, 5대까지 집어넣을 수 있다.

일반 자전거와 같이 평균 시속 23km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 자전거는 13∼15일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린 ‘스포츠대전’에 초청됐고 일본 수출을 협의 중이다.

정 씨는 “10대 때부터 시작한 자전거 수리공 경험을 바탕으로 5년간의 집중 연구 끝에 지난해 말 기어 7단의 초소형 자전거를 개발했다”며 “휠체어 무상수리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전거 대리점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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