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농작물 못팔아 애간장…라면-설탕 못구해 발동동

  • 입력 2008년 6월 18일 20시 14분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6일째 계속되면서 피해가 서민 생활에까지 미치고 있다.

축산, 과수농가는 사료를 구하지 못하거나 농산물, 수산물을 제때 출하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주유소에는 기름이 떨어져가고 동네 슈퍼마켓은 과일, 채소를 포함해 생필품을 받지 못하는 곳이 늘었다.

● 파업 장기화로 농어민 시름

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배모(52) 씨는 18일 "빨리 매실을 수확해 출하해야 되는데 화물차가 다니지 않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규모로 매실을 재배하는 그는 "차량이 없다고 화물회사가 매실을 받아주지 않는다. 이미 고객에게 보낸 매실은 기한이 지났다며 반품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해마다 15t을 주문받아 팔았는데 올해는 출하가 중단되는 바람에 3~4t 정도를 버려야 할 것 같다는 얘기.

전남 광양은 매년 매실 7500t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주산지. 본격 출하시기를 맞아 평소 같으면 하루 평균 30¤40t 유통됐으나 최근 10t 아래로 떨어졌다.

제주에서는 양식어민이 큰 타격을 입었다. 넙치 양식장에 사료가 제때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300여개 넙치 양식장에서 소비하는 사료량은 하루 360여t. 양식장마다 3~4일 공급할 수 있는 사료만을 확보해 운송거부가 길어지면 넙치 집단 폐사가 우려된다.

어민들은 16일부터 자가용 화물차량을 빌려 긴급 수송에 나섰다. 내수 및 수출용으로 하루 66t만 처리돼 평소보다 15~20t 줄었다.

양식업을 하는 오모(44) 씨는 "사료공급업체의 재고가 바닥이 났다는 소문이 돌아 어민들이 불안해한다.

넙치 사료를 평소보다 3분의 1로 줄여서 공급하지만 파업이 지속되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양식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제주시 구좌읍, 조천읍 지역에서 수매하는 마늘은 500t가량이 육지로 반출되지 못해 창고에 쌓였다. 물량을 계약한 농민은 운송 지연에 따른 가격 손실을 걱정한다.

경기 양평군의 180여 축산농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사료 공급이 끊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동기 개군한우회장은 "대리점에서는 아직 괜찮다고 하지만 내심 불안하다. 어떤 일이 날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네 슈퍼와 택배업게에 불똥

슈퍼마켓 1050곳에 생필품을 공급하는 대전시슈퍼마켓협동조합은 16일부터 조합 차량 5대를 이용해 생산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실어오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 공장의 물량 공급이 끊긴 이후부터다. 차량 5대로는 제대로 물량을 받기 어렵다.

일반 공산품은 일찌감치 품절됐다. 조합은 물량이 많은 주류 위주로 옮기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공동 물류센터에 공산품이 거의 비어가지만 물건을 직접 사러 갈 수 없다. 유류비 등이 올라 운송비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슈퍼마켓협동조합 대구 중서부점 관계자는 "운송거부 열흘 전부터 회원사 슈퍼가 제품을 미리 확보하도록 해서 지금까지는 큰 차질이 없지만 장기화되면 모든 품목에서 품귀현상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부 서모(44·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집에서 쓰는 컴퓨터의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 인터넷으로 신청했지만 이틀 뒤 "화물연대 파업으로 잉크 입고가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하기 바란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서 씨는 "중고생 아이들이 학교 숙제를 하느라 컴퓨터를 많이 쓰는데 컬러 잉크가 떨어져 친구 집에 가서 프린트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A 택배회사는 최근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 하루에 11t 트럭 10여 대가 전국 각지에 물건을 운송했지만 화물연대의 방해로 트럭이 운송을 꺼려 1t트럭 1대로 개인 택배 물품만 간신히 보낸다.

A 사 대표는 "냉동식품이나 토마토 등 과일 등 신선도가 생명인 물품은 아예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 첨단지구 B택배는 삼성광주전자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도권으로 보내지만 요즘은 빈 차로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만 개인택배 물품을 받아온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직원 월급도 못 맞추게 생겼다. 화물연대 조합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장 우리도 죽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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