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더 오를 것” 인플레 기대심리 작용
외식-교육비 등 평균 상승률의 3~4배
《물가가 오르자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이에 기대서 원가 부담이 커진 것보다 물건 값을 더 올리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인플레 심리’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실제 영향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라 서민들의 생활을 압박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은 과도한 가격 인상을 집중 감시하는 등 인플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말보다 3.6% 올랐고 자장면 값은 같은 기간 12.3%, 피자는 11.1% 올랐다. 이 기간 중 자장면의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36.7% 오른 점이 반영된 것이었다.
문제는 밀가루를 쓰지 않는 김밥, 볶음밥 등 외식 메뉴의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는 것. 같은 기간 김밥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1%, 볶음밥은 8.7%였다. 김밥과 볶음밥의 주재료인 쌀값은 같은 기간 1.3%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용산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모(40) 씨는 “최근 모든 음식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면서 “밥 종류는 국수보다 원가가 적게 올랐지만 앞으로 원가가 계속 오를 것 같고, 물가가 오를 때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반감이 클 것 같아 한꺼번에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물가 당국은 이처럼 향후 가격 상승을 예상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몇몇 품목을 조사한 결과 원가 상승분보다 과도하게 올라간 사례가 발견됐다”며 “주요 품목에 대해 원가 대비 가격 상승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수입물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품목들의 가격 상승이 상당히 눈에 띈다”면서 “인플레 기대심리를 진정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수입원가, 주유소 판매가격 공개에 이어 소비자가격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한편 소비자단체와 손잡고 물가 동향 감시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석유, 이동전화서비스, 사교육, 자동차, 의료를 중점감시 업종으로 정하고 담합을 통한 가격 인상이 없는지 전 방위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는 최근 라면 제조업체들이 2∼4월 밀가루 가격 상승을 이유로 라면 값을 15∼16% 올리는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포착하고 현장 조사를 하기도 했다. 가격 인상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리고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18일 한 조찬강연회에서 “유류, 학원비를 비롯해 철강, 석유제품 분야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편승한 담합 행위를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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