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구간 짧은데다 곧바로 신호등… 車 얽히고설켜
일산 나들목 ‘버스용 신호’ 만든 뒤 한결 숨통
道, 2028억 들여 1460곳 신호체계 조정나서
신곡사거리 교통체계 바꾸면 대당 月7700원 절약
김포와 강화에서 출발한 출근길 차량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 나들목을 앞둔 경기 김포시 고촌면 신곡 사거리에서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서울∼김포를 오가는 차량이 월등히 많지만 사거리다 보니 국도48호선을 가로지르는 지방도로에도 신호를 주므로 출퇴근 때마다 정체를 빚는다.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빠져나온 차량 중 일부는 50m 앞 신곡 사거리에서 곧바로 좌회전하려고 무리하게 끼어드느라 혼잡을 부채질한다.
박진호 씨는 “수년째 정체를 겪지만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 주변 새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될 때마다 더 심해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도시가 밀집한 경기도의 사거리나 나들목 주변에서 잘못된 신호체계와 혼잡한 차로 설치로 빚어지는 현상이다.
○ 피할 수 없는 나들목과 사거리 정체
신곡 사거리뿐 아니라 경기도 내 상당수 나들목은 상습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위험 역시 높은 편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 나들목으로 빠져나온 차량은 곧바로 나타나는 신호에서 좌회전하려고 끼어든다.
정지신호로 바뀌는데도 오히려 속도를 높여서 좌회전 차량의 꼬리를 무는 바람에 중앙로를 달려오는 직진 차량과 뒤엉키기 일쑤다.
맞은편 차로도 마찬가지. 중앙버스전용차로 이외의 일반차로 3개가 고속도로 진입을 앞두고 2개 차로로 줄어들어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차량과 직진 차량이 매일 뒤엉킨다.
고속도로에서 일반도로로 이어지는 램프 구간이 짧아 이런 혼잡을 부른다. 경기도내 대부분의 나들목이 고질병을 앓는 셈이다.
과천∼봉담 간 고속도로의 서수원 나들목은 국도 42호선과 만난다. 안산 방면으로 가려는 차량이 밀려 고속도로 본선까지 정체가 이어진다.
심한 날은 정체 구간이 1.5km를 넘는다.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빠져나가는 구간이 짧아 차량이 신호에 걸리면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경기도 김대호 교통개선과장은 “도내 대부분의 나들목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갓길을 차로로 운용하고 신호등을 설치해 정체를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저비용으로도 빠른 소통 가능
일산 나들목에는 지난달 신호등이 생겼다. 버스전용차로제가 있는 중앙로에 버스용, 직진용, 좌회전용 신호등을 새로 만들었다.
버스를 세워두고 직진과 좌회전용 신호시간을 늘리자 많은 차량이 빠져나가면서 혼잡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도로를 만들지 않고 신호등 설치와 신호주기 조정만으로 교통체계를 개선한 셈이다.
맞은편 서울 방면 도로에 고속도로 진입 전용 1개 차로를 연말까지 만들면 차량 흐름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온종일 정체를 빚던 수원시외버스터미널 앞은 좌회전 대기차로를 70m에서 110m로 늘리고 시외버스 전용 진출입용 차로를 지정하자 병점에서부터 통과하는 데 걸리던 시간이 13분에서 7분으로 줄었다.
경기도는 이렇게 적은 예산으로 교통개선효과를 거두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내 1460곳에 2028억 원을 들일 계획. 곳당 평균 1억3800만 원꼴이어서 도로 개설비용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아주대 오영태(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는 “이런 종류의 사업은 우수하긴 하지만 약 5년 후에는 다시 정체가 생기므로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신곡사거리 교통체계 바꾸면 대당 月7700원 절약▼
교통혼잡지역의 흐름을 개선하면 기름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경기도에 따르면 김포시 신곡 사거리의 교통체계를 개선하면 가장 복잡할 때보다 통행시간이 6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차로는 기름을 39cc 절감하는 효과가 생긴다.
L당 2000원으로 잡고 개선되기 전과 비교하면 78원을 아끼는 셈이다. 출퇴근 한 번씩만 다닌다고 봐도 이 사거리를 지나는 차량은 기름값을 하루 156원 절약할 수 있다.
차량 감가상각의 감소까지 감안하면 개선되는 신곡 사거리를 한 번 지날 때 98원의 절약 효과가 있다고 경기도는 분석했다.
기름값과 이를 합치면 1회 통과당 176원이고 월 22일간 출퇴근한다고 가정하면 7744원에 이른다.
혼잡지역 1460곳의 소통을 개선하면서 생기는 통행시간 절약과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7800억 원에 이른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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