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하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파업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26, 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20일 밝히자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조합원 부인 사이에 논쟁이 달아올랐다.
이 자유게시판은 이름과 사번을 입력하고 회원 가입 신청을 한 뒤 운영자가 승인해야만 글을 남길 수 있다. 논쟁하는 부인들은 남편 이름으로 접속해 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글을 올린 사람은 남편이 현대차 입사 12년차 판매사원이라는 ‘정호 엄마’.
20일 오전 1시 57분 ‘현대자동차 가장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편이 요즘 기름값이 오르고 나서 차가 팔리지 않아 참 힘들다고 했다. 자동차 판매 전시장에서 당직을 서도 손님은 평소의 절반도 안 오고 전화문의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년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고객들이 ‘또 파업하느냐, 그만큼 받으면 됐지, 지금 놀고 취직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욕을 한다”는 남편의 말을 전했다.
‘정호 엄마’는 “작년에는 파업을 하지 않고도 다른 해보다 더 많은 걸 회사가 양보했다고 들었는데, 파업을 하지 말고 회사와 충분히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글에 대해 남편이 입사 23년차 조합원이라고 밝힌 ‘세영 엄마’가 오전 7시 26분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현대자동차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남편과 나는 아직 현대차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다. 물량 부족으로 특근과 잔업을 못하면 월급이 15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회사는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다가 파업을 한다고 하면 협상하는 시늉만 한다.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정호 엄마는 생각해 봤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정호 엄마’는 오전 7시 41분 “세영 엄마는 세상과 회사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 것”을 주문한 뒤 “물량이 없어 특근과 잔업을 못한다면 더더욱 파업을 하지 말아야 고객들이 현대차를 더 많이 주문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호 엄마’의 첫 글은 오후 6시 현재 조회건수가 1100건을 넘었다. 이 글에 대한 5개의 댓글도 조회수 300∼800건을 기록했다.
게시판에서 조회수 1000건 이상의 글은 거의 없어서 파업에 대한 조합원과 가족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한 조합원은 전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현대차 26, 27일 금속노조 파업 찬반투표▼
금속노조는 올해 교섭이 사용자 단체의 불참 등으로 진전이 없다며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일괄 접수했다.
금속노조는 이에 따라 24일부터 27일까지 지부별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차 지부도 야간조는 26일 오후 9시부터, 주간조는 27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각각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현대차 지부는 24, 25일로 예정된 회사 측과의 교섭에서 진전이 없으면 교섭결렬을 선언한 뒤 쟁의발생 결의를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 예정이다.
현대차 지부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금속노조의 일정에 맞춰 쟁의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상견례 이후 5차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금속노조가 중앙교섭 의제에 대해서만 논의할 것을 주장해 현대차 조합원들의 임금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