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겠다고 밝혀 주가조작과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최종심까지는 1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론스타가 7월 말까지로 연장한 HSBC와의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외환카드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을 허용할 것이란 전제로 계약을 연장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사법적 절차가 남아 있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HSBC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매각 해결은 다시 원점으로
국내 금융권에는 그 동안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이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있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론스타의 유죄가 입증되고,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되면 금융당국은 이를 이유로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이 없으니 외환은행 보유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린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되면 론스타는 다소 '도덕적 흠집'이 생기지만 외환은행 지분을 HSBC에 팔 수 있는 '실리'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최근 "외환은행 매각을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고, 시장에서는 금융위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을 '계기'로 보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법원이 예상과 달리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의 최종심이나 1심이 진행 중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론스타는 무죄인 셈"이라며 "모든 상황이 소송이 처음 진행되던 2006년 당시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민심을 이유로 갈팡질팡
전 위원장은 3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 매각 지연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에는 "지금 정부는 미완의 숙제를 푸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론스타 문제의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이 새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관한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가 4월말 HSBC와 맺은 외환은행 매매 기한을 7월말까지 3개월 연장한 것도 외환카드 항소심 결과에 대한 금융당국의 달라진 입장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이달 초 한 언론재단 세미나에서 "쇠고기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아닌 외환은행 헐값인수 소송 때문"이라며 "헐값인수소송 결과를 1심이라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HSBC와 계약 파기 후 블록세일 나설 듯"
금융권에서는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론스타와 HSBC는 7월 말로 시한을 잡았던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파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시점이 2003년 10월이고 론스타 투자자들이 자금회수를 기대하는 시간을 3~5년 정도로 보면 론스타가 더 이상 지분 매각을 미루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지난해 6월 보유지분 가운데 13.6%를 시가(市價)보다 3.5% 정도 싼 가격에 블록 세일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에 총 2조1548억 원을 투자했고 2차례의 배당(6470억 원)과 블록세일(1조1927억 원)을 통해 1조8398억 원(세전 기준)을 회수했다. 만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보다 낮은 주당 1만4000원에 보유지분 51.02%를 매각해도 약 4조6066억 원을 회수할 수 있어 수익률은 200%에 이른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주식시장에 시장을 내다 팔면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이 이 지분을 사들여 지배주주가 되려고 금융당국에 승인요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국 금융당국은 신청자 중 적합한 대상에게 승인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환은행 인수의 재입찰 기회를 갖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HSBC에는 불허했던 지분인수 승인을 국내 은행에 할 수는 없다"며 "론스타가 재입찰을 하면 외환은행 인수 가격이 더 올라가 론스타가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