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로 300억대 ‘상품권깡’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외국계기업 재경부장 10년간 돌려막기로 유용

月 한도액 30억대 올려 범행… 들통나자 中 도주

1999년 모토로라코리아에 입사한 이모 씨는 2005년 4월 재경부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회사의 안살림을 도맡아 했다.

이 씨는 2002년 11월 월 사용액 한도가 2억5000만 원인 법인용 신한카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회사 물품 대금 등에 정상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집안일로 사채를 쓴 것이 화근이었다.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이 씨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현금을 조달했다.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수억 원어치 산 뒤 곧바로 할인된 값으로 되파는 수법이었다.

회사가 2004년 법인카드를 다른 회사 카드로 교체했지만 이 씨의 범행은 그치지 않았다.

회사 몰래 카드 대금을 갚기 위해 다음 달에는 상품권을 더 많이 사서 ‘돌려 막기’를 하는 과정에서 한도액을 월 30억 원으로 늘렸다.

199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런 식으로 결제한 카드 대금은 무려 330억9000만 원에 달했다.

이 씨의 행태를 의심스럽다고 판단한 상품권 판매업체는 지난해 말 모토로라에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는 그때서야 카드 분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 씨는 카드회사에 다시 연락해 분실 신고를 해제하고 8억 원어치의 상품권을 산 뒤 중국으로 잠적했다.

이 씨는 최근 모토로라 사장에게 “지난 몇 년간 지옥과 같았습니다. 형님같이 잘해 주셨는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신한카드는 이 씨가 갚지 않은 카드 대금 29억9000만 원을 모토로라에 청구해 받아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최근 “신한카드가 회사에 확인도 없이 법인카드의 이용한도를 늘리고 사용 중지를 해제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카드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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