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통계가 뒷받침하듯 개항 132년인 부산항은 국가살림의 보고(寶庫)이다.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국내 전체의 75.6%인 1326만1484개를 처리했다. 통관화물은 총 2억4356만4954t. 부산본부세관이 거둔 세금만 8조1642억 원으로 전국 세관 대비 20.5%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에는 전국 수출의 31%, 수입의 27%를 처리해 인천공항을 제치고 수출입 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동북아 물류허브’라는 항만 관계자들의 자랑과는 달리 속내를 보면 허약한 항만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파업이 끼치는 경제적 손실을 파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분석자료 하나 없는 게 현주소다. 대학이나 연구기관, 운영기관 어느 곳에도 항만위기관리 능력 향상이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스템 안전망 구축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2004년 부산발전연구원이 조사한 ‘항만물류산업의 지역경제 기여도’가 유일한 자료다. 부산 경제의 20.3%를 차지하고, 생산액 19조 원, 부가가치 8조1800억 원이란 4년 전의 이 자료로 국내외 71개 정기선사와 이용자들에게 부산항의 위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할까.
부산항은 2003년 파업 이후 세계 3위 컨테이너부두에서 중국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수,천))에 밀려 5위로 추락하고 현재는 두바이나 중국 칭다오(靑島), 닝보(寧波)에 위협받고 있다.
“부산항은 믿을 수 없다”는 한 외국선사 관계자의 말처럼 주먹구구식 항만 관리로는 물류허브를 기대하기 힘들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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