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원회(위원장 박경서 이화여대 석좌교수) 위원 전원이 위원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청 인권위는 이날 “최근 촛불집회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매우 유감스럽다. 이런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를 절감했다”며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인권 경찰의 위상을 확립한다는 목표로 2005년 출범한 경찰청 인권위는 매달 한 번씩 정례회의를 갖고 순수 자문기구로 활동해 왔다.
위원은 박 위원장을 비롯해 하태훈 고려대 교수, 한상훈 연세대 교수, 차지훈 변호사, 김해성 목사 등 각계 인사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에서 박 위원장의 건의로 사퇴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위원 9명만 참석해 박 위원장이 불참한 나머지 위원 5명에게 전화로 의사를 물어 전원 사퇴를 확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은 “이번 정권 들어 인권보다는 법질서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인권위 역할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원은 “어청수 청장이 귀를 기울여야 자문에 응해 줄 수 있는데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활동을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