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끝장보자” 돌 채운 페트병 던져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6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 취재를 하던 중 시위대에게 멱살을 잡힌 채 세종로 본사 사옥까지 끌려가고 있다. 변 기자는 이들에게 목과 허리를 집단 구타당한 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6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 취재를 하던 중 시위대에게 멱살을 잡힌 채 세종로 본사 사옥까지 끌려가고 있다. 변 기자는 이들에게 목과 허리를 집단 구타당한 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26일 새벽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美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서 시위대에게 끌려나온 한 경찰이 폭행당하고 있다. [서울=연합]
26일 새벽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美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서 시위대에게 끌려나온 한 경찰이 폭행당하고 있다. [서울=연합]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배태호·이성환 동아일보 PD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가 발효된 26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오늘은 끝장을 보자”며 일찍부터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인근 곳곳에서 경찰 차벽을 넘어 청와대로 향하려 했고, 경찰은 전날에 이어 물대포를 쏘며 막았다. 》

■ 촛불 시위대, 동아-조선일보 사옥 공격등 연일 격렬 시위

○ “오늘은 청와대로 꼭 가자”

26일 오후 7시 반부터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양방향 12개 차로를 모두 점거한 채 시작한 국민대책회의 주최 촛불집회는 오후 8시 10분경 집회 사회자가 “오늘은 청와대로 꼭 가자”고 구호를 외치면서 끝났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곧바로 광화문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세종로 사거리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경찰의 차벽에 막혀 행진이 불가능하자 경찰버스 앞에 모래성을 쌓았다. 이들은 인간 띠를 잇고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옆 공사장에서 주머니에 모래를 퍼 담아 옮겼다.

시위대 일부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이어지는 옛 금강제화 건물 옆 골목에 모여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오후 10시 10분경 시위대가 경찰버스 2대에 밧줄을 걸어 버스를 끌어내려고 하자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는 복면을 한 일부 시위대가 경찰버스 뒤에서 채증 사진을 찍던 경찰을 향해 모래, 돌을 채운 페트병과 계란을 던졌다.

오후 11시 15분경 시위대 20여 명이 차벽 앞에 쌓인 모래성을 타고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분사했다.

방송차량에 있던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청와대에 우리들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릴 수 있게 차량 위로 올라가라”고 선동했다.

오후 11시 반경 경찰버스 위에 올라간 시위대 한 명은 인접해 있는 다른 버스 위에서 시위대를 막던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경찰은 27일 0시부터 신문로 새문안교회 앞에서부터 세종로 사거리 방향으로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섰다. 그러나 시위대 중 수백 명은 경찰에 맞서 새벽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 본보 기자 폭행

시위대는 신문로에서 취재 중이던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를 쓰러뜨리고 마구 폭행한 뒤 카메라를 빼앗고 동아일보 사옥 앞까지 끌고 갔다. 사옥 앞에서 또다시 배와 목을 마구 구타당한 변 기자는 26일 오후 11시 반경 실신했다.

변 기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목과 배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50분경에는 통합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세종로 사거리 촛불시위 현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시위대 300여 명은 천 의원을 둘러싼 채 “사진 찍으러 왔느냐” “뭐 하러 왔느냐”며 야유를 퍼붓자 천 의원은 모래성 위로 올라가 몇 마디를 한 뒤 자리를 떴다.

○ 동아일보 조선일보 사옥 습격

이날 동아일보 사옥으로 몰려 간 300여 명의 시위대는 정문 쪽에서 건물을 지키던 경찰 200여 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너희가 뭔데 동아일보를 지키느냐”며 경찰에게 피켓과 물병 등을 던졌다. 시위대는 “동아일보 폐간하라”며 ‘이명박 OUT’ 등이 적힌 스티커를 건물에 붙였다. 또 일부 시위대는 돌을 던져 1층 유리창을 깨뜨렸다.

도로 맞은편 조선일보 총무국 건물과 조선일보 관계사인 코리아나호텔에도 시위대가 들이닥쳐 호텔 회전문 사이로 쓰레기를 집어넣으며 유리벽에 ‘좆선일보는 쓰레기’ 등의 낙서를 했다.

시위대는 상황 파악을 위해 문 밖으로 나온 호텔 직원을 끌어내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에도 시위대는 사옥 앞에 게양된 태극기와 동아일보 깃발을 내리고 쓰레기봉투를 올렸다.

시위대가 동아일보 사옥에 몰려와 난동을 피운 것은 이날이 네 번째로 16일에는 700여 명의 시위대가 동아일보 건물을 에워싸고 벽을 두들기며 수백 장의 스티커를 건물에 붙였다.

같은 시간 서울 중구 태평로에 모여 있던 시위대 중 300여 명은 코리아나호텔 앞에 몰려가 호텔 정문 위에 있던 폐쇄회로(CC)TV를 현수막으로 가린 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朝鮮日報社’ 로고를 망치로 쳐서 떼어냈다.

이들은 주변의 쓰레기를 모아 현관 앞에 쌓아놓고 그 위에 단체로 소변을 보기도 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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