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정신인가” 유모차로 살수차에 맞선 어머니 논란

  • 입력 2008년 6월 27일 19시 43분


26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인근에서 촛불집회가 과격해 지자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유모차를 끌던 아줌마가 살수차 앞을 가로막아 살수차의 진입을 막고있다. 김재명 기자
26일 새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인근에서 촛불집회가 과격해 지자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유모차를 끌던 아줌마가 살수차 앞을 가로막아 살수차의 진입을 막고있다. 김재명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 참가한 30대 주부가 어린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앞세워 살수차를 막은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에선 "어린 아이를 시위도구로 이용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시민을 위해 살신성인을 했다"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경찰은 26일 오전 1시40분경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 살수차 두 대를 배치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서였다.

먼저 약 10분간 물을 뿌린 뒤 살수차 재가동을 준비하는 순간 이 주부가 아이를 실은 유모차를 끌고 갑자기 살수차 앞으로 다가섰다.

경찰은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며 인도로 나가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주부는 "살수차가 비켜야 나도 비키겠다"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시위대가 거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경들이 몰려오자 즉시 유모차를 에워싸고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완력을 사용하지는 않고 이 주부를 설득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30분간의 실랑이 끝에 경찰은 결국 살수차를 현장에서 철수시켰다.

25일 저녁 시위에 참가해 광화문 사거리 부근에 함께 있던 유모차 부대 40여 명도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한때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경찰이 시위대를 태평로 방면으로 밀어붙이면서 후방에서 아이들과 여유롭게 앉아있던 유모차 부대를 향해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려온 것. 다행히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이들을 알아보고 최대한 몸싸움을 자제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 사이트에는 '의사결정권이 없는 아이'를 시위도구로 이용하는 행동은 문제라는 비판 글들이 쏟아졌다.

27일 네이버에 글을 올린 ID 'kaida51'은 "아이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시 유모차 안에서 공포에 떨었을 아이를 생각해 봤나"라고 되물었다.

ID 'genech'는 "아이를 인질처럼 이용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누리꾼은 "위험한 시위현장에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나갔다니 진짜 엄마인지 의심스럽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주부들의 인터넷 사이트인 '82쿡'과 포털사이트 다음의 '유모차부대' 카페에는 이 여성의 행동을 지지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ID '완이랑호야맘'은 "눈물이 난다. 자신의 귀한 아이를 데리고 살수차 앞에 선 어머니의 절실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 하다"고 말했다.

ID '눈사람'은 이 사이트 게시판에 "주말에 엄마들이 전면에 나서면 (경찰의) 방패부대가 여경으로 대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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