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차기 사무총장의 논문 이중게재 및 자기표절 논란을 계기로 교수와 연구자의 연구윤리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사람의 연구결과를 도용하는 경우는 명백한 표절 행위에 속하지만 자신의 논문 이중게재나 자기표절의 경우 학계의 뚜렷한 기준이 없어 외국 사례를 거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2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년제 대학 218곳과 학회 28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구윤리 관련 헌장 또는 규정을 갖추고 있는 곳은 대학의 경우 48곳(22%), 학회는 111곳(39.6%)에 그쳤다.
8개 대학(3.7%), 21개 학회(7.5%)에서만 연구윤리 교육이 이뤄져 연구윤리 예방 및 교육도 매우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과부는 대학이나 학회가 연구윤리 규정을 제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2월 ‘표절 가이드라인 모형’을 개발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인문사회 분야만을 대상으로 해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교과부는 당초 가이드라인을 4월까지 내놓을 방침이었지만 부처 간 통합에 따라 내용을 재검토하고 관련 학계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2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부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공표했지만 위조 변조 표절 등을 연구 부정행위로 명시했고, 자기표절이나 이중게재 등에 관한 규정은 없다.
표절 여부는 관련 학회의 판단에 따르도록 돼 있지만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연구윤리 규정이 있는 경우도 대부분 연구결과 위조와 다른 학자의 저작물 표절,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등만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기표절, 이중게재의 범위, 같은 연구 결과를 여러 편의 논문으로 쪼개 쓰는 ‘살라미’ 논문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 교수는 “명백한 표절이나 도용뿐 아니라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 볼 때 문제가 되는 자기표절과 이중게재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연구윤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조만간 학계와 정부 관계자, 전문가 등 20여 명으로 된 연구윤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민관협의체 성격의 자문기구로 정부가 연구윤리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법적 제도적 개선사항을 제시하게 된다.
교과부는 또 과학기술 분야를 포괄하는 ‘표절 가이드라인’ 속에 자기 표절과 이중게재의 범위도 명시하고,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모든 연구기관과 대학이 연구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연구진실성 검증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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